2024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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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코로나19와 공동체 실험(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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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지금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이고 시련이다. 시련은 홀로 오지 않고 반드시 선물과 함께 온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궁금하다. 엄중한 코로나 시련을 겪으며 우리 인류는 무엇을 새롭게 깨닫고 얻게 될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와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를 통해 인류가 얻게 될 선물을 암시해준다. 온전한 공동체로 가는 길을 코로나가 가르쳐줄 것이라는 게 그의 메시지 같다. 나의 해석이다.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이후 인류가 어떤 미래를 지향할지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다고 한다. ‘빅브라더’로 상징되는 감시와 통제사회로 갈 것인지, 개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존중하는 민주사회로 갈 것인지의 선택, 그리고 나라마다 자국 이익만을 좇는 국수주의로 갈지 아니면 상생협력의 글로벌 연대로 갈지 선택해야 한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국민 보건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더욱 촘촘한 통제사회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더한다면 국민의 건강상태까지 일상적으로 들여다보는 감시체계를 능히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자국 이기주의의 유혹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리더 역할을 자부해왔던 미국은 트럼프 이후 그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다. 코로나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고 국경을 봉쇄하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은 유발 하라리가 얘기한 두 가지 선택에서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던 매우 드문 경우다. 국가의 통제보다 시민의 자율을 존중하는 민주적 방식을 취했고, 국경을 차단하는 대신 철저한 입국관리 조치를 유지해왔다. 국경은 물론 감염병이 폭증하는 지역을 봉쇄하지 않았고,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사재기 현상도 없었다. 개방과 투명, 민주라고 하는 세 주춧돌에 기초한 국가의 재난대응체계에 뛰어난 의료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 민관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민 참여가 더해져 이뤄낸 놀라운 성과를 세계가 평가하고 따르고 있다.

코로나19는 공동체 실험의 현장이다. 공동체란 무엇인가? 구성원의 자유를 박탈한 채 만들어내는 일사불란한 군대 같은 집단인가? 아니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자율의지가 존중되고, 서로 다른 이해가 부딪히면서도 균형을 찾아 마침내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는 그것이 진정한 공동체다. 위기 앞에서 실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불신과 분열, 폐쇄를 선택하는 대신 신뢰와 통합, 연대와 개방으로 맞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저 멀리 존재하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금껏 우리가 해온 우리들의 이야기다.

공동체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각자 그리고 함께 이 길을 걷자. 공동체의 기본은 가정이다. 거리 두기 덕에 저녁 시간 바깥 모임도 거의 사라졌을 테니 가족과 함께 공동체의 기초를 다져보자. 누군가의 지시와 통제가 아닌 경청과 나눔의 시간을 즐겨보자. 가정을 넘어 이웃과 사회 공동체로, 인류공동체까지 지평을 넓혀보자. 나 하나의 일탈이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 진중하자. 작은 내 힘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음도 잊지 말자. 투표도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니 잘하자. 그리고 잊지 말자. 왜 이런 사달이 벌어졌는지를. 박쥐든 천산갑이든 제발 괴롭히지 말자. 그들의 삶 터를 지켜주자. 함께 오래오래 살아갈 모두의 삶 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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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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