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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를 위한 ‘정치참여’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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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중 유망한 이가 있거든 출마시키라.(중략) 교중에 이런 이가 없거든, 외교사회에서 출마하는 이들의 인격, 사상, 품행 등을 조사연구하여, 그중에 가장 가톨릭정신에 가까운 자를 가리어 모두들 일치하여 투표할 것이다.(중략) 각지방 교회에는 본당 신부의 지도를 받아 유지교우들로 시국대책위원회를 세워, 이 위원회가 그 지방 선거에 있어 책임지고 교우대중을 지휘할 것이다.(중략) 글을 모르는 자에게는 적어도 출마한 이의 성명 석자만은 쓸 줄 알도록 연습시킬 것이다.”

위 문장은 「경향잡지」 1948년 2월호에 실린 ‘각 지방 교회는 시국대책을 세우라’는 사설의 일부다.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입북이 막히고 남한 단독선거가 가시화되던 시기, 천주교회 기관지가 ‘정당한 정부’의 수립을 위해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이어서 선거가 치러진 5월에도 잡지에는 ‘이태리 총선거와 조선에 총선거’란 제목의 글이 등장한다. 기사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이탈리아 4월 선거에서 그리스도교적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을 전하는데, ‘가톨릭의 총본부가 있는 그 지방이 쏘련의 공산주의 세력밑에로 들어가느냐’의 문제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전쟁으로 피폐된 경제상황뿐 아니라, ‘영세는 하였을 것이나 냉담자가 허다한’ 이탈리아 교회의 실상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런데 교회가 지지했던 1948년 5·10총선거는 당시 민족분단을 우려한 이들이 찬성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선거는 좌익뿐 아니라, 김구, 김규식 등 대중의 지지를 받던 민족 지도자들도 반대했다. 이처럼 한반도가 이념갈등과 국가건설에 대한 이견으로 혼란을 겪던 상황이었지만, 공산주의 확산을 걱정한 교회 지도부는 총선거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도 선과 악의 대립으로 이해했다. 일례로 선거에 앞서 미군정 사령관 하지(John R. Hodge)가 교회 입장에서 선거일이 일요일이어도 괜찮은지를 물었을 때, 선거는 결국 월요일에 치러졌지만 한국천주교회는 이번 선거는 ‘성전’(聖戰)이므로 괜찮다는 반응을 보인다.

난데없는 전염병의 창궐로 더욱 고달파진 일상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곧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세기적 위기에도 여전히 그 역할이 아쉬운 정치권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정치참여가 더 절실한 것이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민주주의에서 대의기구를 통제하는 선거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408항), 그리스도교인의 정치참여가 공동선의 추구, 정의의 발전, 자율성의 존중, 보조성의 원칙, 평화증진 등을 지향해야 한다고 가르친다.(565항). 회심하는 ‘기억의 정화’로부터 화해의 사명을 시작해야하는 우리 교회가, 아직 갈라진 혼돈의 시대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용감하게 선포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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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3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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