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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 임미정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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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성소주일에는 각 수도회와 신학교에서 미래 수도자와 사제를 위한 행사가 마련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여느 해와 다른 이번 성소주일을 지내면서 제 성소여정을 돌아본 묵상을 나누고자 합니다.

각자 부르심과 응답의 시간이 조금씩 다를텐데요. 저희 가정은 어머니 신앙으로 가족모두 신앙을 갖게 되었고, 가족이 함께 드리는 소박한 기도와 가족관계에서 흔히 빚어지는 ‘상처와 회복’의 과정에서 선물로 받게 된 ‘연민’이 제 성소의 씨앗으로 심겨졌습니다. 그리고 주일학교를 통해 만나게 된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와 작지만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신앙이 점점 성장하면서 수도성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성소여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고3때 고백한 성소의 뜻에 오랜기간 성당봉사를 하며 본당수녀님을 지켜보신 어머님의 반대가 있었고, 그렇게 좌절된 성소는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바라본 세상의 불의, 하느님 부재에 대한 실존적 질문으로 이어져 교회를 잠시 떠나게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신앙을 대신하여 이곳저곳 기웃거렸던 영적 편력에도 제 안에 궁극적인 갈망은 늘 진리이신 하느님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갈망의 응답으로, 사랑 안에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과의 재회를 통해 다시 수도성소로 이끄셨습니다.

수도생활에서 하느님 앞에 드리는 서원 중에 자신만의 성구를 정할 수 있는데 제게 모토가 된 두 말씀이 있습니다. 먼저, 긴 부재의 시간을 지나 그 분을 다시 만난 순간,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기도가 바로 ‘찬미’였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공동번역 루가 1,46~47) 마리아의 노래 중 이 구절이 첫서원 후 수도생활의 어려운 순간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본격적인 수도생활에 앞서 어둡던 광야시간에 미리 보물을 보여주셨는데, 그 보물은 불의한 상황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 철거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여성들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유기서원기에 보석과 같은 시간, 빈민지역에서 2년간 소임을 하게 되었고, 종신서원 때에 새로운 소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공동번역 루가 4,18)

‘내 구세주 하느님의 생각’을 곰곰이 따라가다 보면, 그분 시선이 머무는 곳이 가난한 이들의 현장, 바로 복음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복음의 현장은 더 확장되고 나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피조물들의 ‘찬미’를 되찾게 하는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간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하는 요즘 성소주일 맞으며 돌아본 성소여정에서, 신앙인으로서, 수도자로서 이 새로운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숙고하게 됩니다. 마침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반포 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특별히 5월 16일부터 24일까지를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보내자고 제안하며 영상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이 영상에서 교황님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으로, 현재 심각한 생태위기에 ‘지금당장’ 응답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이는 이 위기로 인해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계속되기 때문이고, 좋으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신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라고 간곡히 호소하십니다.(주교회의 홈페이지 참조)

우리의 ‘찬미’가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멈추고, 다시금 기쁨의 찬미를 되찾을 때입니다. 비록 하느님 앞에 많이 부족한 저를 통해서도 이 찬미가 울려 퍼지게 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번 ‘찬미받으소서 주간’에 참여하여 ‘헛된 성장신화를 넘어 지속가능한 세상으로의 전환’에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미정 수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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