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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나눔에 30억 기부한 부부, 하늘에 보화를 쌓다

서울 수유동본당 전종복·김순분씨 부부, 부동산 정리해 전액 쾌척… 평소 레지오 마리애 등 활동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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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바보의나눔 이사장 손희송 주교가 전종복ㆍ김순분씨 부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주님께 받은 건 다시 주님께 돌려 드려야죠.”

(재)바보의나눔에 30억 원을 기부한 전종복(욥, 83, 서울 수유동본당)ㆍ김순분(논나, 75)씨 부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수 있어서 기쁘고 뿌듯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부부는 올해 초 부동산을 정리하기로 하고, 부동산을 판 금액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평생 아끼고 아껴 모은 재산이었지만, 30억 원을 기부하는 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매매계약서를 체결하고 곧바로 바보의나눔에 연락해 기부 의사를 밝혔다.

남편 전종복씨는 “연도 봉사를 하러 장례식장에 가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쓰여 있는 걸 자주 봤다”면서 “그때마다 빈손으로 왔으면 빈손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만큼 먹고 살고 자식들 다 키운 건 모두 주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라며 “기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부는 평소에도 여윳돈이 생기면 교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왔다. 어느 본당이나 성지가 성전 신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황새바위성지, 줄무덤성지, 문막성당…. 또 어디더라.” 부부 입에선 성지와 성당 이름이 줄줄 흘러나왔다. 교회 시설과 기관 여러 곳도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주위에선 우리가 이렇게 기부하는 줄 모를 거예요. 남편이 워낙 검소하거든요. 1967년 결혼했는데, 그때 남편 월급이 2만 원이었어요. 1만 8000원 저축하고 2000원 갖다 주더라고요. 2000원으로 한 달을 살았어요.”

아내 김순분씨는 “남편이 큰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병원 총무과장 일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걸 기부하는 것”이라며 “누구든지 나누고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3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게 된 건 오래전 우연한 기회에 투자한 토지가 국가에 수용되면서 보상비를 잘 받았기 때문이다. 그 돈이 지금의 부동산 기초 자금이 됐고 현 시세가 30억 원이 됐다.

남편 전씨는 “주님께서 벌어주신 돈이지 우리가 번 돈은 아니다”라고 했다. “딸 셋이 있는데 우리 부부가 물려주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살기에 자식에게 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내 김씨는 “남편이 딸들에게 한 푼도 안 준다고 했을 땐 솔직히 엄마로서 섭섭하고 서운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남편 뜻이 확고하고, 저 역시도 주님께서 주신 건 주님께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남편 뜻을 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옆에 앉은 남편을 보며 “애들한테 조금이라도 주자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내 김씨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형제와 친척 중엔 사제와 수녀도 있다. 그런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비신자였던 남편은 세례를 받았다. 혼인을 위한 세례였기에 남편은 곧바로 냉담자가 됐다. 그러다 2007년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선 30년 냉담을 풀고 누구보다 열심한 신자가 됐다. 아내는 성가대 단장, 구역반장 등을 맡아 수십 년 봉사했고, 남편은 레지오 마리애에서 활동했다. 매일 성당에 가서 미사하고 기도하는 건 부부의 일상이었다. 미사는 물론 아침ㆍ저녁 기도를 빠트리지 않는다는 부부는 “저녁 기도는 항상 같이 바친다”고 했다. 딸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 와도 저녁기도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기도한다.

“모든 것이 감사하죠. 언제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지금 사는 집도 모두 기부하고 떠날 생각입니다. 성경에도 있지 않습니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요. 가지고 있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갖고 떠날 것도 아닌데요.”

부부는 21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손희송(바보의나눔 이사장,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집무실에서 손 주교에게 기부 증서와 감사패를 받았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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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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