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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진정으로 속죄하는 방법

이수정 데레사(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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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가톨릭 신자가 알게 모르게 범한 죄를 성찰ㆍ통회ㆍ고백ㆍ보속을 거쳐 죄를 용서받는 성사’로 정의가 됩니다. 이때 성찰이란, 스스로가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지은 죄를 세세히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 단계 통회에서는, 하느님 앞에 자기 죄를 진심으로 뉘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고백의 과정에서는 하느님의 대리인인 사제에게 숨김없이 죄를 털어놓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속의 과정에서는, 속죄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 같은 과정은 사법제도의 재판 과정과도 흡사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일차적으로 범죄의 입증과 함께 자신이 잘못한 바를 세세하게 자백하게 됩니다. 이후 검찰은 공소를 제기하고 법원은 재판정에서 낱낱이 피고인의 잘못이 법적으로 저촉되는 행위인지 따집니다. 판결이 내려지고 난 이후에는 형이 집행되는 단계로 들어서는데 형을 사는 동안 죄인은 자신의 불법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하며 갱생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이치와 교회의 이치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바로 속죄의 대상이 되었던 자에게 발생한 피해는 진정 회복이 되었을까요?

고해성사 속 ‘속죄’라는 것이 단순히 통과 의식만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가감 없이 마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할 텐데, 이런 잘못에 대한 인정은 자신의 존재조차도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매우 고통스러운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하나 건네지 않으면서 죄의 존재로부터 벗어날 목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절차가 고해성사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끔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며 피해를 당한 당사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교도소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상에는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가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적 오류에 빠진 사람 중 일부는 본인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억울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 구성원이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단체로 잘못을 외면하고 은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회피와 은폐의 분위기는 더더욱 피해자를 곤경에 빠지게 하며, 그 과정이 어떠하더라도 이 모든 가능성은 ‘속죄’가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마음속의 악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직면하여 통회하고, 피해자가 있다면 진심을 다하여 직접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만일 용서를 구하기 어렵다면 용서하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통회하고 속죄하며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통이 통회와 속죄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진정 어린 용서를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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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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