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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자원 수탈에 맞선 다윗들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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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온 자원 수탈의 고장이 바로 이 삼척 땅입니다.”

삼척 석탄 화력발전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산을 오르던 중 현지 주민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쾅’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시멘트 재료로 쓸 석회석을 채굴하기 위한 폭파 작업 소리였다. 일제가 대륙 침공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멘트 산업. 그렇게 삼척의 산은 100년 가까이 쉬지 않고 회색 속살을 파먹히고 있었다.

20분을 낑낑대며 오르자 마침내 눈앞에 석탄 화력발전단지 건설 현장이 펼쳐졌다. 분화구처럼 움푹 팬 축구장 면적 320배 크기 공간. 그 안에서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공사 차량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래된 광산은 그렇게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 광경이 씁쓸했다. 이 거대한 공사의 진정한 수혜 대상이 인구 6만 명 남짓한 삼척 주민이 아닌 까닭이다. 수도권 주민의 전력 수급이 화력발전소의 본디 목적일 터다. 그러나 화력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이나 해안침식 등 환경 피해는 누구 몫일까. 고스란히 삼척시민에게 돌아간다.

‘자원 수탈’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떠올랐다. 시멘트 산업도, 화력 발전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가림막을 내세워 지역사회를, 자연환경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둘은 같다. 주체만 달라졌을 뿐 슬픈 역사는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도 삼척에는 희망이 있다. 용감한 다윗들이 있는 까닭이다. 원주교구 박홍표 신부는 8년간의 싸움 끝에 원자력발전소라는 골리앗에게서 고향을 지켜냈다. 그 배경에는 지역주민들의 끈끈한 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화력발전소라는 또 다른 골리앗과 맞서게 됐다. 전보다 병력은 적고 사기도 낮다. 그래도 돌팔매를 어루만지는 박 신부 얼굴에는 결의가 차있었다. “포기하지 말고 웃으면서, 춤도 춰가면서 싸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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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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