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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과감한 포기(윤태영, 토마스, 복음화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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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곧 두 돌이 되는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 또한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은데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에 대해 묵상하며 그 사랑을 체험하기도 하고, 자녀인 우리가 아버지인 하느님 앞에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아이들을 통해 배우기도 합니다. 특히, 둘째인 아들은 첫째인 딸과는 또 다른 모습과 행동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아들은 호기심이 참 많습니다. 새로운 것을 보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손에 쥐고 한참 놀다가도 아빠 손에 새로운 것이 들려 있으면 관심을 보이며 달려듭니다. 제가 그걸 내어주면, 새로운 것을 받기 위해 좀 전까지 재밌게 갖고 놀던 물건을 미련 없이 던져버리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남자아이라 씩씩하구나!” 하면서 하하 웃고는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새로운 것을 잡기 위해 쥐고 있던 것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 나아갈 때 필요한 과감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몇 가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면서 하느님께 길을 열어달라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전의 것을 놓지는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청하고만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리하지 않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들은 그대로 움켜쥐고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하느님께만 닦달하고 있던 셈이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기쁘게 웃으며 저에게 새것을 내밀어 주셨는데, 제 손엔 이미 많은 것들을 쥐고 있어서 그것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느님께 새로운 것을 달라고 보채고 있었던 겁니다.

새로운 것을 위해 옛것을 과감히 내던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탄하며 신앙의 태도를 한 수 배우고, 저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지나버린 것들, 내 욕심과 집착으로 인한 것들, 움켜쥐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새로운 선물과 기회를 붙잡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그래놓고는 왜 가만히 계시느냐고 칭얼대고 말이죠.

새롭게 되기 위해 옛것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내려놓을 뿐만 아니라 다시 주워담지 못하도록 아예 과감하게 멀리 던져버리는 연습을 말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루카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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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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