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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이들

백영민 스테파노(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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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복지시설이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서울역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준다 해서 취재를 갔다. 여느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노숙인 중에도 사진 촬영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있다. 본인 얼굴이 나오지 않게 찍겠다고 말하면 대부분은 개의치 않지만, 그날 만난 노숙인 그렇지 않았다. 태어나서 들은 것에 몇 배가 넘는 욕을 쏟아내 정신이 혼미해졌다. 항의하는 노숙인을 찍은 것도 아니었는데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 거듭해서 사과했다. 자리를 떠나는 기자 일행을 계속 쫓아오며 욕을 퍼붓자 “왜 저런 사람까지 도와야 하나”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얼마 뒤, 또 무료 급식 현장을 취재했다. 서울역의 노숙인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도자는 매일 18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중노동을 하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잠드는 생활을 4째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수도자는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한 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하느님이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톨릭평화신문 기자로 일하며 오랜 시간 노숙인을 만났지만, 매번 ‘얻어먹는 이들’ ‘도와줘야 할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이런 편견은 비단 노숙인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나와는 안 맞거나 싫은 사람을 대할 때도 ‘원래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외면했다. 그들을 하느님이 사랑하는 이들로 보일 리 없었다.

교회 곳곳을 다니며 복음적이고 아가페적인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며 또 지면에 전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색안경을 벗고 하느님이 어디 계시나 두 눈 부릅뜨고 살펴봐야겠다. 죽어서 입만 하늘로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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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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