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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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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신록이 나날이 푸르러 가는 6월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뵙지 못한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올해 92세의 어머님 고향은 충북 제천군 봉양면 명도리. 배론성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명도리는 어머님이 유년시절을 보내신 곳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시골마을입니다.


일곱 살 어린 소녀였던 어머니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10리길을 걸어서 용소막성당을 다녔습니다. 지난해 여름 성지순례차 배론성지를 순례하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용소막성당을 둘러보았습니다.

배론성지에서 신림(원주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우뚝 솟은 커다란 성당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해 이주해 온 신자들에 의해서 1915년 축성된 용소막성당입니다. 성당 앞마당에는 수령 150년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순례객들을 반겨줍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서면, 그 옛날 일곱 살 어린 소녀였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85년 전 일곱 살 어린 소녀였던 어머니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을까요. 커다란 성당과 느티나무가 보였을까요? 또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떤 소망을 빌면서 기도를 하였을까요?

몸과 마음이 지칠때면, 언제나 묵주기도를 바치던 어머님의 모습이 늘 제 곁에 있음을 기억합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지도 2년이 지난 저는 올 5월엔 성모상 앞에서 드리는 묵주성월 기도를 처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성령의 이끄심과 성모님의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결코 불가능했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60을 넘긴 나이에 자폐아들을 키우며 늘 노심초사 주님께 의탁하며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은 아내의 모습이 요즘들어 부쩍 흰머리가 많이 보입니다.

어머님과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더 성모님을 묵상해 봅니다. 아들 예수를 사랑했던 성모님의 마음을 통해 예수님을 바라 봅니다. 또한, 성모님을 사랑했던 예수님의 마음을 통해서 성모님을 바라볼 것입니다.

내가 왜 하느님을 믿는가? 그것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어려움을 겪는 모든이들을 주님께 의탁하며 저희 가정도 보살펴 주시기를 성모님께 전구드립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눈을 들어 먼산을 바라봅니다.

올 여름에도 어머님의 유년시절 추억이 깃든 용소막성당에 갔다 오려 합니다.

푸른 느티나무 그늘이 시원할 것입니다.


※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신현민(스테파노) 명예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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