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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인생의 황혼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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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누구도 눈여겨보는 이가 없기에
멋지게 꾸밀 필요가 없어서
제 자신 스스로 소외되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며
때로 눈에 이슬이 맺힙니다.
젊음과 건강과 의욕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어느 곳에서든지
제가 서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걸 알면서도
문득 서늘한 슬픔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늙어 보인다’라는 말을 듣는 것에 노여움 솟구쳐 오르지만
거울을 보면 노여움은 한숨이 되어지고…,
어깨를 늘어뜨릴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젊은 날의 힘들었던 나날도 있었지만
제 살갗이 말라 주름져 시들어 가고
제 뼈가 무너져 가는 것이 싫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추구한들 결과가 있는 것일까…?
불안과 슬픔이 함께하는 나날 속에
제 육신은 황혼에 서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주님!
하지만 생각합니다.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이
결코 헛된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만큼
허무한 세월이 아니었음을….
비록 제 육신은 기름기가 빠져 윤기를 잃어가고
점점 차갑게 식어갈지라도
제 영혼은 결코 시들어 가고 있지 않음을….

삶에서 오는 모든 고통을 통해 인내와 의지로 정화되고
더 빛나는 영혼으로 거듭나
더 넓은 관대함으로 여유 있는 품위를 지니고 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나머지 제 삶이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연륜이 주는 지혜와 빈 마음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부드러워지며
더 넓게 이해하고
더 깊이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더 조심스럽게 살아 보렵니다.
당신께서 제 영혼을 마주 대하는 날
잔잔한 미소를 띄우실 수 있도록….


김지원(앤다·광주 본촌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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