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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바이오헬스 분야의 경제 정책 방향(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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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이하 유전자 가위)라는 것이 있다. 유전자 편집(교정·교체·변형 등) 작업에 사용되는 유전자 가위는 인간이 손에 들고 절단할 부분을 찾아 자르는 그런 가위가 아니다. 이것은 자를 부분을 찾아내는 가이드 부분과 직접 자르는 부위가 한 쌍이 되어, RNA가 절단할 유전자를 찾고 ‘캐스 9’이라는 효소가 자르는 것이다.

RNA는 저마다 짝을 이루는 DNA가 있다. 이 특성을 이용해 RNA가 자를 DNA를 찾아낸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한데 실상은 표적 DNA를 찾는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다양한 유전자 가위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종류가 많아지니 어떤 유전자 가위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내의 한 공동연구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장 효과적인 유전자 가위 기술을 추천받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런데 좋은 칼이 누군가를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있듯이, 유전자 가위 역시 그 용도가 무조건 이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수정 후 14일이 안 된 인간배아를 유전적으로 변화시켰더니 의도치 않게 여러 유전자의 22가량이 변형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로인해 선천적 결함 또는 향후 암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22 정도의 변형이라면 나머지 78는 안전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75~99.4가 일치하는데, 단 1 안팎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22의 변형은 매우 심각한 돌연변이를 불러올 수 있는 수치다.

한편 국내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어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할지 예측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해졌다고 해서,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도록 허용해도 되는 것일까? 대개는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허용해도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좋은 목적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6월 1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용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유전자 치료 연구대상을 확대하고, 배아 연구의 허용 범위도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수준에 맞춰 생명윤리 기본 정책에 반영할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 이틀 뒤 6월 3일 ‘생명윤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을 대표로 발의됐다. 개정안 47조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용되는 유전자 치료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치료 목적이라는 명목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그 치료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더 많은 배아가 완화된 조건에서 희생될 것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연구에 사용되는 배아는 단순 실험용일 뿐 그 밖의 의미는 없어져 버린다. 치료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그 목적이 결코 배아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면서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시각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더 많은 배아가 희생되는 것에 아랑곳없이 빠른 경제 성장과 회복만이 목적이라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생명의 희생을 앞세운 경제 성장과 이익 추구에 머물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형 뉴딜은 선진국을 모방하고 ‘죽음의 문화’를 지속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강화할 뿐이다.

잠시 멈춘 인간의 활동으로 하늘이 맑아졌다. 경제 성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인지를 심각하게 성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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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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