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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이 잘 정착할 때까지 도와줄 것이 많습니다

난민 심리상담하다가 쉼터 마련한 ‘평화난민쉼터’ 이대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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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등용로에 있는 낡은 주택가. 74살의 한국인 할아버지가 6살 튀니지 출신의 마리암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 바를 쥐여준다. 마리암이 “머리카락이 있는 인형을 갖고 싶다”며 애교를 부린다. 마리암은 엄마와 함께 종교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었다. 그리스도교 신자인 모녀는 이슬람교가 99인 튀니지에서 도망쳤다. 마리암의 삼촌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상담심리학 박사인 이대운(안드레아, 서울 대방동본당)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한국콜럼버스기사단의 난민지원 자선단체 ‘평화난민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온 엄마 2명과 아이들 5명이 첫 손님으로,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받기 전 머물 곳 없는 엄마와 아기로 이뤄진 7가정을 품었다. 대부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케냐 등 내전이 있거나 종교 탄압이 있는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이다.

미국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2007년 은퇴 후 취약계층을 위해 심리상담센터(무지개가족치유센터)를 운영했다. 특히 자살 시도, 중독, 사업 실패 등으로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심리상담을 해줬다. 그러다 기독교교회연합회에서 운영하는 난민 단체에서 심리상담을 요청, 15년 동안 난민들을 만나 심리상담을 해줬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난민들

“상담이라기보다는 먹을 게 없어 굶는 난민에게는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차비가 없다는 난민에게는 교통카드를 충전해줬어요. 휴대전화 요금을 못내 통화가 어려운 난민도 있었지요.”

특별히 난민 중에는 아기와 함께 온 미혼모가 가장 딱했다. 출산을 앞두고 배부른 상태에서 국경을 넘은 난민도 있었다. 미혼모들은 아기를 돌봐야 해 경제활동도 할 수 없다. 미혼모 난민들은 심리상담보다 잠잘 곳, 먹을 것이 더 절박했다.

한국콜럼버스기사단 회원인 이 대표는 난민을 위한 쉼터 설립을 제안했고,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지난해 4월 10일 평화난민쉼터 축복식을 해줬다. 이 대표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의 빌라를 구했고,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내와 함께 진통을 느끼는 난민 산모를 데리고 산부인과 병원에 가는 건 물론, 기저귀와 분유를 비롯해 식기와 침구 및 가전제품까지 챙겨주느라 여념이 없다.

“난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쉼터의 최종 목적은 난민들이 한국에 잘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 5~6년은 걸려요. 인도적 차원의 3개월 체류 허가를 받고 영종도에 있는 외국인 합숙소에서 지내다가 나오면, 난민 인정을 받기 전까지 먹고 잘 공간이 없습니다.”



콜럼버스기사단의 사명

이 대표는 “난민들은 핍박과 박해, 전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자유와 평화를 찾아온 이들”이라며, “생명, 자유, 평화 수호를 위한 사랑 실천이 콜럼버스기사단의 정신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콜럼버스기사단은 교황청 승인 자선 단체로, 1882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자선, 일치, 형제애, 애국심을 바탕으로 전 세계 18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있다. 한국 콜럼버스기사단은 2015년 공식 승인을 받았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출신인 이 대표는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내 사업이 아닌 하느님 사업이기에 필요한 돈은 주님께서 주신다”면서 “사제의 꿈은 못 이뤘지만 죽는 날까지 주님을 위해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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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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