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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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토론에 대해 토론하자(백강희, 체칠리아,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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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은 학습자에게는 물론 교수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비대면 수업은 그동안 학습자와 교수자 간 이뤄진 전통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상호작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습자들은 매 학기 종료 후 수강한 수업에 대해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상호작용’은 수업에 대한 학습자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로서 해당 수업의 질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수업에서 진행되는 여러 상호작용의 방식 중 대표적인 유형으로 토론(討論)을 들 수 있다.

토론은 영어로 debate, discussion, deliberation으로 달리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 토론은 debate(논쟁)의 성격이 강하다. 즉,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공격하여 자신의 입장으로 이동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토론의 목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수업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학생들이 제기하는 토론 질문은 무엇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두 가지 의견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등 이분법적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질문을 받은 참여 학생들이 해야 할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한 후 상대방의 의견을 공격하고 나의 논리를 방어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나의 의견은 무오류하며, 타인의 이견(異見)은 무가치하다는 흑백논리식 사고를 배양할 우려가 있다. 토론의 목표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치우치다 보니 토론을 통해 타인의 의견 중 타당한 부분을 받아들이는 관용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며 감정적인 상호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 그 결과 토론 후 우월의식이나 패배의식에 갇히기 쉽다.

토론의 목표는 다각적 논의를 통해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하는 데 있다. 적절한 상호작용을 이끌기 위해서는 물론 교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이견 표출을 막는 이분법적 혹은 정답이 있는 질문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하며, 학습자들 간 서로 다른 답변에 ‘맞다, 그르다’의 반응이 아닌 충돌하는 답변이 어떠한 맥락에서 타당한지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앞서 제시된 토론 질문을 다음과 같이 수정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왜’ ‘문제’인가. ‘어떠한 점에서’ 찬성하고, ‘어떠한 점에서’ 반대하는가?, ‘어떠한 상황에서’ 그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할 수 있는가?, 해당 논의는 ‘온전한’ 거짓, 사실인가 ‘부분적’ 거짓, 사실인가? 다양한 선택지는 결국 다양한 질문에서 나온다. 예컨대, 대선 후보 TV 토론 후 시행되는 ‘TV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 응답자의 판단 근거는 과연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양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토론하지 못하는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언론에 비친 토론 장면을 잠시 떠올려 보자.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전통적인 토론 형식의 프로그램들을 보면 흑백논리식 사고를 강화하는 이분법적 질문들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질문의 형태가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지닌 패널과 반대하는 입장을 지닌 패널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다. 이는 나의 입장에 반대하는 타인을 나의 논리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시청자들에게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주입할 뿐이다.

언론은 다양한 이견이 공유되는 공론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언론이 오히려 바람직한 토론 문화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토론에 대해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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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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