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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83세에 대학을 졸업한 우리 공소 형제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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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박곡공소(대구대교구 고령본당)는 20여 명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꾸려가는 작은 공소입니다. 대구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신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80명 가까이 된 적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젊은 세대는 도시로 다 떠나면서 가장 젊은 층이 60대인 쓸쓸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 공소는 60여 년 전 선배 신자들이 직접 쌀과 채소를 팔아서 건립한 공소입니다. 수많은 선배 신자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건설한 이 공소를 잘 지켜내고 싶지만, 신자들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공소에 기쁜 일이 생겨 함께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바로 나진도(안토니오) 형제님이 83세의 나이로 모 대학교 보건복지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입니다. ‘최고령 졸업자’로 대학교 총장상도 받으시고, 고령군에도 알려져 유명인사가 된 형제님은 저희 공소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배움이 부족한 것을 평생 한으로 여기셨던 형제님은 세 자녀 모두를 대학에 보내고 유학까지 보내신 후에 본인이 직접 중학교에 입학하셨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신 나이가 무려 77세.

매일 아침 어딘가로 가시는 형제님께 마을분들이 “어디 가시냐” 물으시면 “컴퓨터 학원에 간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나이 들어 학교에 간다고 대답하기가 부끄러우셔서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답을 하셨다지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를 매일같이 열심히 다니시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 중에는 “무슨 컴퓨터 학원을 저리 오래 다니냐”며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았답니다. 그렇게 중고교 과정을 끝내고 대학교까지…. 형제님은 자랑스러운 ‘최고령 졸업자’가 되셨습니다. 시험기간마다 ‘자꾸 잊어버린다’면서 책을 놓지 않으시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을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신 형제님.

형제님은 우리 공소에도 활력을 불어넣으시는 분입니다. 늘 주변 사람을 걱정하여 다정하게 인사해주시는 형제님을 보면 참으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또한 직접 운전을 하여 매주일 신자들을 위해 차량봉사도 하시지요. 경북 고령군 성산면 노인회장을 4년간 역임하면서는 노인대학과 노래교실을 운영, 고령화된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 활력을 주셨습니다. 마을사람들 모두 형제님을 칭찬하지만, 형제님은 그저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라고 대답하시지요.

올 2월 코로나로 대학 졸업식이 취소되고 지금까지…, 집에 계시면서 형제님의 귀가 갑자기 어두워진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됩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 타인에 대한 배려, 봉사의 성실함 등, 많은 것을 직접 삶으로 가르쳐 주신 형제님이 예전 활력을 되찾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오래오래 저희 마을과 공소를 함께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동건(프란치스코·대구 고령본당 박곡공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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