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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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뉴스의 가치(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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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또 하루의 노동을 위해 집을 나서야지. 화장실로 가 세면대로 가 수돗물을 튼다. 찬물에 얼굴을 씻으면서 잠이 좀 깬다. 아차, 수돗물에서 유충은 안 나오는지 못 살폈네. 집 나서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신경 쓰느라 마스크 쓰고, 타인과 거리를 두고, 손을 자주 씻고.

TV를 켜고 뉴스채널로 돌린다. 잠들기 전 채널은 가톨릭평화방송에 맞춰져 있다. 지난밤 토머스 머튼의 생애와 영성에 관한 강의를 듣다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TV 뉴스를 보면서도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조간신문 기사를 이중삼중 검색한다. 새벽시장에서 생선이나 채소를 경매하듯이 또는 폐기물 수집장에서 폐지의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기듯이 뉴스 거래상은 밤새 쏟아진 뉴스 더미 속에서 그 경중을 따져보고 오늘 시사보도에서 다뤄질 우선순위를 매겨 본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격돌했고, 한쪽은 개혁이라 하고 다른 쪽은 독재라 한다. 20대 국회와 달라진 점은 법안들이 빠르게 처리된다는 점이다. 과연 새로운 법들은 서민 부동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법무부와 검찰은 힘겨루기하고 있고, 북에서 온 사람이 다시 북으로 돌아간 경위와 향후 남북 간 이슈를 놓고도 시끄럽다. 한반도는 이 사람에게만 자유왕래가 되는 땅이었나 보다. 탈북민 상황이 다뤄지다 보니 이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탈북여성을 지속해서 성폭행했다는 충격적 보도가 이어진다. 성범죄 사건은 바다를 건너간다. 뉴질랜드에서 우리 외교관이 현지인을 추행해서 법적 처벌 대상이라는 소식이 따라온다. 외교 문제이다 보니 뉴질랜드 총리가 우리 대통령과 정상 간 통화를 하다 이 사안이 거론되었다 한다. 현지에서는 최대 징역 7년에 해당하는 혐의라는데 우리 외교부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하긴 미국으로 송환됐으면 수십 년 수감 됐을 디지털 성범죄자가 국내에서 1년 6개월 실형을 마쳤는데 우리 법원은 미국 송환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 뉴스에 현혹되어 따라가다 보면 그 끝은 어디론가 휘발되고 찾을 수 없다. 마치 공기 속으로 흡수돼 사라지는 연기 같은 현상이다. 약간의, 뻔한 교훈 정도를 남기고는 사라지는 신기루.

뉴스가 사라지는 건 새로운 뉴스가 터지고, 카메라와 마이크가 부랴부랴 옮겨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뉴스의 그림자는 등장인물만 바뀌어 다시 돌아오곤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회적 해결을 못 했으니. 그것이 고등사기이건 아동학대나 성범죄이건 권력형 비리이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뉴스의 시작이 아니라 뉴스의 끝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뉴스의 파장이 아니라 뉴스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뉴스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뉴스의 초점이 물질, 힘, 권력, 돈, 재미, 선정성, 자극성에 있다면 의심하라. 뉴스의 논점이 ‘사람’과 ‘사람들의 공동체’에 대한 유익성에 놓여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찾아야 한다. 뉴스의 가치는 사람과 삶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리고 늘 경계해야 한다. 벌레와 바이러스는 미디어를 틀어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물과 공기 속의 해로운 것은 몸을 망가뜨리지만 해로운 뉴스는 영혼을 파괴하기에 더 위험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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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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