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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정의와 사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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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대상을 판단하는 이야기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뉴스를 보다 간혹 현기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문득 “인간관계는 정의의 척도로만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정의가 사랑을 통해 상당한 정도로 ‘교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06항)

이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다룬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교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즉 정의를 세우는 것이 ‘진리에 봉사’(Servitum Veritatis)하는 길인 줄 알고 논문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학위를 받을 즈음, 불현 듯 ‘교회가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내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교회에 대한 불평은 눈 녹듯 사라지고, 감사의 마음이 솟아났습니다. 돌아보니 교회는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강론자의 친밀함, 따스한 어조, 가식 없는 말씨, 기쁨에 넘치는 태도”에서 어머니다운 교회의 정신을 찾길 바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복음의 기쁨」 140항) 저는 비록 성직자가 아니지만, 교회를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교황님의 말씀은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이윽고 교회에 대한 고백 즉, 신학생 시절 머릿속으로 되뇌이던 사랑 고백을 이제는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한국교회를 연구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대한 보답이자, 교회 안에서 제가 맡아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바라보는 제 시선도 예전과 다릅니다. 정의는 “사랑 안에서 완성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06항)

교회에 관해 연구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따스한 어조와 가식 없는 말씨, 기쁨에 넘치는 태도”를 담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야 하겠습니다. 물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지만, 세상 사람들처럼 쉽게 판단하고 평가해버리는 말투는 사람들을 성화시키기는커녕, 현기증이 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하느님의 평화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폭력과 혐오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정의가 사랑 안에서 완성되고, 그렇게 맺게 되는 열매가 평화라고 가르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03항, 206항)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사(聖事)가 되어 세상에 평화를 심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사람과 사물을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김선필(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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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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