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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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아름다운 기도 / 송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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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는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기도라고 한다. 기도하는 사람은 참 아름답다. 특히 마음을 비우고 하는 기도는 더욱 아름답다.

어느 날 주일미사에 성당 뒷자리에 앉아 미사를 드렸다. 입당 성가를 부르는데 앞쪽에서 성가 발음 소리가 정확치 않고 웅얼거리듯이 들렸다. 장난스럽게 부르는 거 같아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 성가를 왜 저렇게 장난스럽게 부를까? 하고 분심이 들어 미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봤더니 앞쪽 몇 칸 건너에 청년 여럿이 앉아 있었다. 성가를 다 부를 때까지 정확치 않은 발음은 계속 들렸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할 때도 역시 이상한 언어로 중얼거렸다. 기도를 왜 장난스럽게 할까? 청년들을 보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년들이 서로 툭툭 치며 장난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년들은 수녀님과 함께 앉아 있었다. 헌금하러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미사 내내 자기만의 언어로 찬송을 했다. 그들은 하느님께 최고의 기도를 드렸던 것이다. 그들의 기도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도였다. 불편한 몸으로 미사 참례하고, 정확하지 않은 언어로 기도를 했다.

그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오히려 그들의 기도로 인해 감동의 주일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주일미사에 가면 그들이 지정석처럼 앉는 자리를 찾곤 했다. 가끔은 그들이 앉은 뒷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기도를 들으며 미사를 봉헌했다. 그들은 어린이처럼 발음도 정확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최선을 다하여 봉헌하는 미사였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5)는 말씀을 그들을 통해 되새기게 되었다.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수술했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나 일반 병동으로 옮겼지만 기억을 잃고 가족을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 의사 말은 머리를 다쳐 치매로 갈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가족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볼 뿐 말을 잃었다. 가족들은 돌아가며 어머니를 돌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가 당번하는 날이 되었다. 어머니의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이런저런 말을 하며 어머니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나를 보고 언니라고 부르며 손을 잡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어머니 손에 묵주를 쥐여 줬다. 레지오 단원이었던 어머니는 묵주기도하기를 참 좋아했다. 묵주를 한참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리던 어머니는 묵주를 나한테 건네줬다. 묵주도 어머니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의사는 치료할 게 없다며 퇴원을 권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채로 퇴원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묵주를 만지더니 묵주기도를 했다. 기뻐했던 것도 잠시뿐 묵주기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 정신은 잠깐 돌아왔던 거였다.

어머니는 묵주를 한 알씩 돌리며 하나, 둘하고 숫자를 세면서 기도를 바쳤다. 눈 꼭 감고 기도하는 모습은 어린아이를 닮았다. 차츰 어머니의 숫자 기도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숫자 기도는 최고의 아름다운 기도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숫자 기도는 신앙생활이 나태해지면 흔들어 깨운다. ‘항상 깨어 기도하여라.’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송명숙(크리스티나)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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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0-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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