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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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평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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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산책을 나섰다. 친구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맑고 단풍은 아름답기만 한데 나는 이게 뭐람, 경치 좋은 곳으로 놀러 가지도 못하고.’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시간 여유가 없는 삶이 서운했다. 길을 가면서 사진을 연신 찍었다. 개울이 흐르지 않는 마른 하천, 여름 햇살 같은 가을 하늘. 자연은 고요하기만 했다. 아무런 위로의 말도 자연으로부터 들을 수 없다는 답답함도 내 우울함에 무게를 더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걸은 것이 아닌데 어느새 내 몸은 성당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입 꼬리를 내린 채 걸어 온 길인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성당 안에 서 있는 ‘평화의 기도’가 눈에 들어 왔다.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라는 부분에서 순간 멈춰섰다. ‘아, 내가 무엇을 했지?’ 하는 물음이 내 뇌리를 스쳤다. 나 자신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일을 또 하고 만 것이다. 기쁨을 주기보다 미운 감정을 심어 주고 만 것이다. 일요일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하며 평화의 인사를 하면서도 친구를 속 좁게 생각한 내 모습이 못마땅했다.

그런데 ‘완전하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었어’라는 생각을 하며 폰을 보며 걸어오다 수녀님과 부딪히게 됐다. “죄송합니다”라며 나는 마치 ‘로봇’처럼 인사를 했다. 그런데 수녀님은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에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 조용히 계속 걸어가시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수녀님이 차갑다는 생각 이전에, 수녀님 인사를 내가 못 들었거나 그 분이 묵상 중이라 내 팔의 존재를 몰랐을 거라고 여기게 됐다. 내 마음이 평온하고 잔잔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영란(가타리나·대구 월성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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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2-0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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