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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다시 첫마음으로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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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쓸쓸한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성탄 미사는 신자 없이 봉헌됐고, 제야의 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적인 모임도 금지됐다. 하지만 기쁜 소식도 있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나눔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얼마 전 만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직원은 “원래 성탄과 새해를 맞아 기부가 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돈과 물건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다들 어려울 텐데도 신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더 내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따스한 사랑 나눔은 서울대교구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을 향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운영에 보태달라며 돈을 보내는가 하면, 통조림과 방한용품을 한 보따리 보내기도 했다.

잇따른 후원 물결을 보면서 문득 입사 초인 3년 전 스스로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 월급날마다 꼭 노숙인이 파는 ‘빅이슈’ 잡지를 사자는 내용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내가 번 돈으로 어려운 이를 돕고 싶었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 있는 빅이슈 판매원 아저씨가 좋은 이유도 있었다. 소처럼 맑고 큰 눈을 가진 아저씨는 늘 환한 미소와 우렁찬 목소리로 승객을 반겼다. 그 밝고 희망찬 모습은 취업준비생 시절 일종의 활력소였다. 그래서 쉽게 얻은 돈이 아닌 꼭 힘들게 땀 흘려 번 돈으로 아저씨를 돕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월급날, 빳빳한 새 돈 5000원을 건네받은 아저씨는 평생 잊지 못할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하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입사 턱을 낸다’, ‘누구 선물을 산다’ 하면서 씀씀이가 커진 탓이었다. ‘다음 달엔 꼭 사야지’하고 미루다가 1년에 한두 번 사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이번 후원 행렬은 그런 내게 반성과 깨달음을 선사했다. 남을 돕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머니 사정이 아니었다. 마음과 꾸준함이었다. 2021년 1월호 빅이슈를 시작으로 다시 나와의 약속을 지켜보려 한다. 이번엔 중도 포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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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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