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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와서 보아라(이문수 신부, 청년밥상 문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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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에 식당을 시작했는데 그해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습니다. 영하 15℃까지 내려가는 날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혹한이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식당을 열고 일주일에 6일을 일하는 것이 제게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수도원에서 아침기도와 미사를 마치면 부랴부랴 출근해 청소부터 시작하여 밤 9시에 문을 닫고 수도원에 돌아오면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바빴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역시 반복되는 일과, 식당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체력이었습니다. 건강엔 소홀하면서 입만 털며 살아온 시간에 대한 대가였죠.

해를 넘겨 2018년 새해를 맞아 피곤에 젖어 있을 때쯤 생활성가 가수인 알렉시우스 형제님께서 아들 예담이와 함께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청년밥상 문간’ 소식을 들으시고 응원차 오셨던 것입니다. 예담이에게는 미리 식당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셨던 모양입니다. 예담이는 1년 동안 소중하게 저축한 돼지 저금통을 들고 와서 식당에 써 달라며 기꺼이 기부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1년 동안 모은 것이니까요. 저는 정말 놀랐고 불끈 힘이 솟았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운영하는 동안 내내 많은 은인들께서 도와주셨지만 예담이는 그중에서도 최연소 기부자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아름다운 예담이, 예담이를 이렇게 아름답게 키우신 부모님, 그리고 그분들의 마음에 선한 씨를 뿌리신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피곤 따위 날려버리고도 남을 아름다운 마음들을 마주하노라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한 번은 저녁에 식사하러 오신 자매님께서 계산하시면서 그때 식사 중이었던 모든 청년의 음식값을 내신 적이 있습니다. 청년들을 자식으로 두셨을 법한 그분께 식사하는 청년들이 모두 아들 같고 딸 같았을 겁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청년들이 계산하려고 할 때 어머님 한 분이 여기 모든 청년의 식사비를 치르셨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들 어찌나 고마워하던지요…. 어떤 청년은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위해 식사비를 내실 수 있느냐며 감동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의 경험으로 더 나은 기부 방법을 체험했습니다. 지금도 저희 식당이나 청년들을 위해 써 달라며 후원금을 보내시는 분이 많습니다.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저희 식당에 오시어 식사도 하시고 청년들을 위해 골든벨을 울려보시면 어떨까요? 청년들에게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갈 거라 믿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셔요. ‘청년밥상 문간’은 상당히 저렴하니까요.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저녁에 오시길 바랍니다. 청소년, 청년들은 주로 저녁 시간에 오기 때문입니다.

‘청년밥상 문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이 모이는 곳입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응원하고 위로하고자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곳이지요. 그래서인지 오시는 분들이 다들 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오히려 위로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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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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