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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걷는다.
눈을 끔벅여 솟아나는 눈물을 참으며
아득한 고향 하늘을 향해 걷는다.
두 뿔로는 하늘을 떠받들고
두 조각 단단한 발톱으로는 인고의 세월을 재며(尺)
온 몸으로 걷는다.

커다랗게 뜬 눈에 가끔
서글픈 하늘이 비쳐올지라도
퉁방울의 검은 눈을 감고 살아갈 팽팽한 시간을
명상에 젖어 걷는다.

업고(業苦)의 죄로 씌운 고삐를 원망하지 않고
산고(産苦)와 같은
고달픈 삶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긴 속눈썹으로는 지상의 떫은 생을 쓸어낸다.
전설 깊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체념(諦念)을 핥고 있다.
타고난 운명의 멍에를 벗어날 수가 없기에
기다란 꼬리를 흔들어대며
노동의 시간마저 즐긴다.

그가 걷는다.
초원을 향해 뚜벅뚜벅.


권영춘(바오로ㆍ서울 서원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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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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