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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사랑은 자유를 주는 것(이문수 신부, 청년밥상 문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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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저는 ‘청년 희망로드’라는 프로그램으로 청년들과 함께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까지 걷는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일명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 불리는 순례길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도우려 해도 그들 스스로 포기하지 않아야만 합니다.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다시 시도하려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살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이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극복했던 경험들이 누적되어 자신에 대한 신뢰와 내적인 힘이 길러지기에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떠올렸던 것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였습니다. 8명의 청년을 선발하기 위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공모하였고, 신청서를 받아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응모 기간이 짧은 데다 총 일정이 45일이나 되었기에, 30여 명 정도의 청년이 응모하였지만, 인터뷰에는 그보다 적은 수의 청년만이 참여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모든 청년에게 ‘청년 희망로드’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8명을 뽑을 수밖에 없었지요. 인터뷰했던 청년 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한 그 청년은 몹시 위축되고 불안해 보였습니다. 명문대에 진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청년의 삶은 비교적 순탄했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계속해서 취업이 되지 않자 3년째가 되던 해에는 극심한 불안감에 빠졌고, 부모님의 기대와 보이지 않는 압박,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청년 희망로드’라는 프로그램의 응모 공고를 접하고 신청했던 것입니다. 그저 고통을 잠시 잊고 싶어 응모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응모하는 것 자체를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기에 합격한 후에 허락을 받을 예정이라면서요. 취준생이 어디 다른 곳에 정신을 파느냐며 허락하시지 않을 거라는 것이죠. 스물일곱 살이 되도록 살면서 한 번도 부모님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었답니다. 대학도 부모님께서 정해주는 곳으로 갈 정도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의 뜻이 아니라 자기 뜻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뷰했던 저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면접관 모두가 그 청년만은 꼭 합격시키자는 데에 일치를 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에게 선발되었음을 알리고 며칠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선발해 주셨는데 이렇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짐작건대 부모님께 자기 뜻이 꺾인 것 같았습니다. 안타깝게 함께 하지 못했던 그 청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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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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