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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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존재들(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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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연거푸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작년 12월에는 국회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연장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기능을 삭제해 버렸다. 올해 1월에는 법원이 SK, 애경, 이마트 등에 무죄를 판결했다.

작년 12월 초 국회는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특별조사 기간을 1년 반 연장하면서 유독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을 못 하도록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앞장서 진상규명에 반대했고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다 됐고 피해인정도 대폭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더불어민주당이 여야합의라며 특조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조사기능을 반쪽짜리도 안 되는 걸로 만들어버렸다.

정부와 국회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이렇게 내치는 이유는 뭘까?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여론이 많이 식어버렸다는 점, SK 등 100여 개 기업과 함께 환경부 등 20여 정부기관에 특조위 조사의 칼끝이 겨눠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 세월호와 달리 피해자 운동이 조직되지 못했다는 점, 특조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비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참사라는 이름으로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며 제대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70년 전의 제주4·3사건, 50년 전의 5·18 광주학살 등 오래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뒤늦게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재 진행형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서는 ‘다 됐다’며 손을 놔버리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판단이 제대로 된 것일까?

작년 하반기에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입법목표를 정하면서 공수처법과 경제 3법 등은 통과시키되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단다. 여기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포함되었다. 산재사망 유족들이 한 달이나 단식투쟁을 한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은 누더기가 된 채로 제정됐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진상규명이 삭제된 문제는 언론보도조차 제대로 안 됐다.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의 정책위원장은 환경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특조위의 손과 발을 잘라버려 더는 진상규명의 이름으로 불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환경부 관료들로부터는 크게 환영받을 것이다.

새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최악의 뉴스를 맞닥뜨렸다. 법원이 cmit/mit라는 살균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SK와 애경, 이마트 임직원 13명에 대한 과실치사상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독성자료를 숨기고 은폐한 죄에 대해서는 이미 실형이 내려진 마당인데 정작 제품의 독성문제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cmit/mit 제품은 11종류 266만 개나 팔렸다. 피해자 중에는 사망자도 있고, 목에 구멍을 내 산소를 공급받아야 했던 쌍둥이 어린이도 있으며 중증 천식으로 고생하는 피해자도 있다. 재판부는 동물실험에서 분명한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그럼 당신들이 직접 써보라’고 항변한다.

재판과정에서 독성에 대해 증언한 전문가들도 판결에 수긍 못 하고 있다. 개발과정에서 안전확인도 안 한 제품을 수많은 소비자가 사용해 발생한 건강피해 즉 ‘사건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하는데, 사후의 동물실험 결과만을 그것도 곡해하며 ‘손끝만을 봤다’는 비판이다. 독성을 밝히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대형 로펌 피고 측 변호사들의 주장에만 귀기울였다는 법조계 비판도 이어진다.

작년 12월 15~16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수준±3.1포인트)에서 국민 65.5는 ‘국회가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을 제외한 건 잘못’이라고 했다. 국민 73.5는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이 포함된 법 개정이 재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와 법원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존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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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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