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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희망을 나누는 도시락

김혜영 유스티나(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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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회현동을 여러 번 찾았다. 노숙인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도시락을 만드는 식당들이 궁금해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이 첫 방문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락을 만드는 일곱 식당이 모여 있었다. 그중 한 곳인 ‘진달래 시래기’에서 밥을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이후 취재를 위해 회현동을 자주 오가면서 상인들과 친해졌다.

회현동 골목식당들은 작년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진달래 시래기’를 운영하는 남촌상인회 윤남순 회장은 “매출이 90나 떨어지더니, 12월엔 저녁 예약이 뚝 끊겼다”고 털어놨다. 다른 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식당에 자리가 남을 정도니 말이다.

그랬던 회현동 골목에 요즘 활기가 넘친다. SK의 주문으로 ‘명동밥집’ 도시락을 만들면서부터다. 일곱 식당은 일주일에 사흘 점심 장사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매주 1400개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식당 한 곳이 하루에 60인분이 넘는 도시락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조리하고, 용기에 담고, 수저 포장까지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힘들기는커녕 일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밥집’ 도시락은 상생 바람을 불러왔다. 일곱 식당이 대량으로 도시락을 싸면서 인근 쌀집도, 정육점도, 채소 가게도, 도시락 용기업체도 덩달아 바빠졌다. “회현동 때문에 매출이 늘어 살 맛이 난다”는 말이 나온다.

상인들은 집밥 같은 도시락을 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락엔 직접 담근 김치를 비롯해 제육볶음, 시금치나물, 양송이덮밥 등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한 음식이 주로 담기고 있다. 치아가 약한 노숙인을 생각한 메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락으로 하루에 수백 명의 노숙인이 허기를 달래고 있다.

배고픈 이들에게는 따뜻한 한 끼를, 침체된 골목식당엔 활기를 불어넣어 준 ‘명동밥집’ 도시락. 북극한파에다 잦은 폭설까지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도시락에 담긴 마음과 온기는 뜨끈뜨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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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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