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국 민주화의 거목'' 인천교구 김병상 몬시뇰 선종

1970년대 서슴없이 유신독재 비판, 정의구현사제단 창립회원으로 참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국 민주화의 거목’ 인천교구 원로사목자 김병상(필립보) 몬시뇰이 4월 25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88세.<사진>
 

고인의 장례 미사는 27일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정신철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고인은 인천 백석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1932년 충남 공주 요골 교우촌에서 태어난 고인은 순교자 이야기를 들으며 사제의 꿈을 꿨다. 그러나 폐결핵으로 신학교를 나왔다가 1963년 병마를 이겨내고 재입학해 1969년 사제품을 받았다. 주교좌 답동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김포ㆍ답동ㆍ주안1동ㆍ만수1동ㆍ부평1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교구 총대리와 사무국장,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200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몬시뇰로 임명된 고인은 학교법인 인천가톨릭학원과 학교법인 인천가톨릭교육재단 이사장 대리직을 수행하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몬시뇰은 우리나라의 정의와 평화, 환경 보전을 위해서 헌신한 대표적인 사목자이다. 그는 1974년 유신독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눈을 떴다. 1976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유신헌법 철폐 기도회를 열어 보름간 옥고도 치렀다. 1976년~1980년에는 인천동일방직해고노동자긴급대책위원장을 맡아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1989년~1995년 동안 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로 재임했다. 또 인천 앞바다 핵폐기장 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을 지내며 사회적 약자와 환경 보호 운동에 앞장섰다.
 

2018년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고인은 늘 작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사제직을 수행했다.
 

한편,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SNS를 통해 “또 한 분의 어른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사목 활동에 늘 따뜻했던 사제이면서 유신 시기부터 길고 긴 민주화 여정 내내 길잡이가 돼주셨던 민주화 운동의 대부”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더붙여 “민주화를 위해 애쓰며 때로는 희생을 치르기도 했던 많은 이들이 고인에게서 힘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정부는 고 김병상 몬시뇰에게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추서했다. “성직자 신분으로 유신 헌법 철폐와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ㆍ환경 보호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큰 공적을 세웠다”고 추서 이유를 설명했다.
 

4월 26일 입관 후 미사를 주례한 총대리 이용권 신부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라는 고인의 말을 전하며 “김 몬시뇰은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온몸으로 사시며 삶의 현장에서 증거한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동일방직 해고노동자 출신 이총각(루치아)씨는 “고인은 노동자들의 큰 어른이자 버팀목이었다”고 추모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4-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5

호세 10장 12절
너희는 정의를 뿌리고 신의를 거두어들여라. 지금이 주님을 찾을 때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