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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홍용호 주교 사망 공식 인정과 관련하여 / 최인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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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국무원에서는 지난 7월 1일자 인물연감을 통해 60여 년 전에 실종됐던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에 대해 ‘사망 공식 인정’을 발표했다. 이를 보도한 가톨릭신문 8월 25일자에서는 ‘시복추진·새 평양교구장 임명 가능성 열려’라는 내용을 1면 기사로 다뤘다. 이를 접하면서 ‘시복시성’과 ‘남북통일’이 우리의 큰 관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관한 내용 자체가 민감한 것이어서 주요 기사로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보았다.

한편으로 이에 대한 법적인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다. 교구장 주교의 ‘실종’과 ‘사망 인정’, ‘교구장’과 ‘교구장 서리’, 교황청에서 연감을 보도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교회법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음을 직감했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역사적인 이해가 있어야 오해의 소지가 불식되리라 생각된다.

홍 주교는 일제 말기인 1943년 3월 9일 평양대목구장으로 임명되고, 3월 21일에 착좌식을 했다. 1944년 4월에 주교로 임명되고, 6월 29일에 주교 성성식을 했다. 해방 후, 공산화로 치닫던 북한은 차츰 교회건물을 빼앗고, 성직자·수도자들을 박해하며, 프로테스탄트를 중심으로 한 어용단체인 ‘기독교 연맹’에 가입하기를 강요했다.

홍 주교는 이를 거부하고, 신앙으로 승리하기 위해 주교좌성당을 건립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주교좌성당 건물을 당국에 양도하라는 조치를 내렸으나, 홍 주교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본격적인 박해가 시작돼, 홍 주교는 구금됐고, 성직자들은 체포, 연행됐다. 1950년 10월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이미 홍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들과 수도자 및 신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청은 메리놀 외방 전교회의 캐롤 신부를 평양 대목구장(교구장) 서리로 임명해 교회의 정상화를 시도했다.

홍 주교의 실종 이후, 교황청에서는 실종 사실만 인정했지, 사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교회법도 일반 민법과 같이 어떤 사건이나 사고로 실종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사망으로 간주하지 않고, 사망 추정을 위한 조사를 거쳐, 사망 추정 선고를 내린다. 이런 상태였기에 1962년에 평양대목구가 평양교구로 승격됐을 때, 실종된 홍 주교가 실종된 교구장으로 남아 있었고, 캐롤 신부가 교구장 서리로 임명됐다.

이후 1975년 6월부터 김수환 추기경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고, 1998년 6월부터 정진석 추기경이, 2012년 5월부터 염수정 대주교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하고 있다. 지금까지 평양교구의 직권자는 실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구장 서리를 통해 이어 왔다.

그러므로 교황청의 평양교구장 홍 주교 사망 공식 인정은 새 교구장 임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교회법상 한 자연인의 사망 추정을 선고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교황에 의한 새 평양교구장 임명은 언제나 열려 있다. 완전성을 지향하는 교회는 임시방편인 교구장 서리를 새 교구장으로 대치하고자 한다. 하지만 교황청에서는 새 평양교구장을 임명한다 하더라도 온전한 직권을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 교구장이 2개월 이내에 자기 교구에서 취임해야 한다는 교회법을 지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새 교구장 임명을 쉽게 진행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교황청의 홍 주교 사망 공식 인정은 시복절차 과정에서 나온 교회법적 질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홍용호 주교와 동료 순교자 80위’에 대해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을 청원했는데, 홍용호 주교의 실종이 사망으로 인정돼야만 시복 절차를 장애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시복시성 추진은 사망한 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홍 주교 사망 공식인정은 그의 시복과 시성의 공식 인정을 위한 절차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북한의 수도인 평양 교회의 수장이었던 홍 주교의 시복과 시성 과정은 새 평양교구장 임명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최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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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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