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염수정 추기경 서임] 특별기고 / 새 추기경 탄생과 한국, 세계교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국교회와 사회가 세 번째 추기경을 선물 받았다.

새 추기경 탄생은 신자 수 536만 명(2012년 교회통계),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선 지속적인 성장과 아시아 및 세계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는 결실이다. 이 시대의 큰 어른, 넉넉한 품으로 사회 전반을 품어줄 새 추기경을 기다려온 사회 각계도 일제히 환영과 축하를 전하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 실현에 함께 해나갈 뜻을 밝혔다.

교회 안팎에서는 신임 염수정 추기경을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지혜롭게 통합하고 화해의 구심점이 될 뿐 아니라, 만연한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도덕적 위기 등을 정화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염수정 추기경 또한 임명 직후 “나만이 옳다며 쌓아올리는 바벨탑을 무너뜨리자”며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하나로 모으고 화해, 일치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하는 것이 첫 직무”라고 다짐을 전했다.

세계 역사 안에서도 이례적으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큰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이제 세계교회 안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젠 보편교회와 발걸음을 맞춰 교회 공동체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 함양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글로벌 사회 복음화를 향해 보다 적극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이와 맥을 같이해 다음에서는 신임 추기경에게 기대하는 바와 한국 신자들과 국민들이 함께 돌아보고 나아가야할 바 등에 대해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와 한홍순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가 전하는 간략한 메시지를 소개한다.

주정아 기자



■ 차동엽 신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통큰 경청을 기대”

교황의 문제해결 경륜 따르길

‘가난한 이 위한 교회’ 실행에 충실하며

소리없이 개혁 꾀하는 고수의 접근법 필요

통합·치유의 영적 지도자 됐으면

진보·보수 틀 깨는 ‘새 관점 사회 참여’ 절실

‘정직·준법·배려’ 세상에 구현하길 소망

 
염수정 신임 추기경의 탄생 소식을 접하고 불현듯 신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염 신부님의 모습은 언제나 과묵하면서도 믿음직한 형님! 그 모습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각인된 염 추기경의 아이콘이다.

지금 우리 사회 여러 진영으로부터 다양한 우려와 기대의 시선들이 날카로운 촉을 세우고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나 역시 그 중 한 가슴으로서 감히 그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나의 기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유쾌한 회상에서 출발한다.

작년 3월, 그가 막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6000명이 넘는 보도진의 궁금증은 문제투성이인 것처럼 보이는 바티칸 내부 사안 및 노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과연 신임 교황은 어떤 대담한 정책을 펼칠지에 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매서운 눈초리로 교황의 입을 주시했다. 하지만 교황은 보란 듯이 이런 문제에 대해 모른 척하고 딴전을 부렸다. 그 대신 그는 거침없는 인간미로 세계를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교황 전용 리무진 대신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저녁이면 몰래 저자거리로 나가 노숙인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등 착한 기행에 우선적으로 골몰하였다. 그 결과 언론으로부터 ‘세계인의 본당 신부’라는 별칭을 얻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바티칸 내부의 개혁은 소리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의 이러한 문제해결 경륜을 따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먼저 살아있는 인간미로 대중에게 다가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본래 부르심에 실행으로 충실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지혜롭게 차근차근 소리 없이 개혁을 꾀하는 고수의 접근법 말이다.

신임 추기경은 한국의 추기경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아시아교회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 특히 중국 복음화를 위한 역할과 책임을 우리의 몫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추기경이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염 추기경이 통일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어주길 바란다. 통일은 더 이상 요원한 문제가 아니라 가시적으로 다가온 사안이다. 하지만 기존의 열정과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며, 특히 남북한이 한데 어우러지는 데에는 종교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나는 염 추기경이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의 낡은 틀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 참여’를 몸소 실행하는 추기경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어느 편이건 신임 추기경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었으면 할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준 직분 ‘추기경’은 모든 신자의 추기경, 온 국민의 추기경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를 통합으로 끌어안는 치유의 영적 지도자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황희 정승의 어법’을 즐기는 어르신의 면모가 제격이겠다. 두 명의 하인이 말다툼을 하다 황희 정승에게 와서 하소연을 하였다. 황희가 한쪽 얘기를 듣고 “네 말이 옳다”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쪽 얘기를 듣고는 “네 말도 옳다”고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인이 “두 사람이 서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둘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한 사람은 옳고 한 사람은 틀려야지요” 하니, 황희가 “당신 말도 옳소”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지만 여기에는 뼈 있는 메시지가 있다. 세상 누구의 의견이건 들을 가치가 있고, 인정해줘야 하는 옳음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염 신임 추기경에게 통큰 경청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고 김 추기경은 정직(진실), 준법(정의), 배려(사랑) 이 세 가지를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으면서, 이것이 국민운동을 통하여 구현되기를 소망했다. 이 정신을 염수정 신임 추기경이 계승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는, 그리하여 그 혜택이 모든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게까지 골고루 분배되는 이 나라의 영적 지도자로 활약해주실 것을 기도로써 기대한다.

염 추기경의 겸손함은 교회 안팎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보물과도 같은 선물이다. 특히 모든 신자들이 이 시대의 징표에 더욱 빛을 밝혀 염 추기경과 발맞춰 일치와 화해의 사회를 이뤄가는데 힘쓰길 기대한다.



■ 한홍순 전 주 교황청 대사

“새 교회상 구현의 발걸음”

생각은 세계적·행동은 지역에 맞게

교황의 ‘새 교회상’ 세우는 일 협조하며

가난한 이 우선 배려하는 교회 구조 실현을

아시아 새 복음화 구심점 역할 기대

복음화율 3 아시아에 ‘복음의 기쁨’ 전하고

북한 인권 촉진에 더욱 힘써주길 당부



가톨릭신문  2014-01-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마르 2장 22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