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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우리들의 예수님

노 중 호 신부(수원교구 원곡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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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중호 신부와 고 장준형(사무엘, 맨 왼쪽)군.

잔인한 4월, 저는 본당에서 두 명의 아이를 하늘나라에 보내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기억해 주십시오. 그래야 합니다. 꼭 그래 주셔야만 합니다.

복사단장 준형이는 원래 파스카 성삼일 복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향을 해야 했습니다. “신부님 늦었어요, 죄송해요.” 머리 긁적이며 올 줄 알았는데, 예수님 돌아가신 날 성금요일에 두 발이 아니라 들것에 실려 누워왔습니다.

준형이 아버지도, 고모도, 할머니도, 동생들도, 온 신자들도 자꾸 웁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 현실에 가슴이 너무 메어져 눈물이 나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매일 미사도, 매일 연도도 그렇게 절망 속에서 쓰러지듯 해야 했습니다.

너무나 고통의 길이기에 7일장으로 결정하고 장례미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진도체육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DNA 검사 결과 착오가 있었고, 진짜 부모님께서 이곳 안산으로 오고 계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내 아이도 알아보지 못했구나!’라는 고통으로 또 죽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사고가 난 지 보름이 지나 5월 1일 준형이는 우리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늘 잃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예비 신학생이었기에 미래에 신부님이 될 수도 있는 준형이였습니다. 주일학교에서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너무 잘 지내고, 신자분들에게도 참으로 사랑받는 아이였기에 장례미사가 울음바다였습니다.

장례미사 전날, 안산의 모든 장례식장이 포화상태여서 본당에 빈소를 차리고 연도와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중고등부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성가 ‘사랑한다는 말은’이라고 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가 못할 것이 무엇이냐 하며 우리는 해야 할 것을 다 하자고 했습니다.

주일 중고등부 미사 때 준형이는 베이스기타를 쳤습니다. 베이스기타는 있는 듯 없는 듯 화려하지 않지만, 밴드에 기본이 되는 악기입니다. 준형이의 평소 모습과 닮아서, 장례미사에서 입당하자마자 저는 가득 고인 눈물 때문에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평일임에도 외출증을 받아 나와서, 빈 의자에 꽃바구니와 그 위에 2주 전까지만 해도 준형이가 치던 베이스기타를 올려놓고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준형아, 그동안 미사 안에서 신부님 옆에서 복사 서줘서 고마워! 이제는 하늘나라 가서 예수님 복사 서라. 멋지다 정말! 네가 정말 하늘나라 복사 대장해라. 우리는 잊지 않고 너의 빈자리를 잘 채울게. 그리고 네가 치던 베이스기타를 칠게.”

“~어둠 속에서도 훤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그 옆 야외음악당에서 매일 저녁 8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이 미사에 참례하셨는데 지금은 참여자 수가 적습니다. 합동분향소가 마무리될 때까지 화랑유원지 미사는 계속됩니다. 함께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의 모든 희생자, 특별히 아이들은 우리들의 예수님이십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과오를 또 범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의 빛을 밝혀주십시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맑은 영혼으로 회개해 희생자들과 함께 우리 모두 부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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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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