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내 마음 안에서 미움부터 털어내자

특별기고 / 멕시코 만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찾는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김종수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

미국과 쿠바가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하기로 했다. 12월 17일에 들려온 좋은 소식이다. 그날은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78번째 생신날이었다. 뒤에 언론 보도들을 보니 두 나라의 관계 개선에 교황님께서 큰 역할을 하셨단다. 두 나라의 화합은 기대하기 어려운 정말 까마득히 먼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이루어졌다.

미국-쿠바의 국교 정상화 소식을 들으면서 자연히 우리의 남북 관계를 생각했고, 교황의 역할을 생각하면서는 우리 한국 교회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 교황의 직접적인 중재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때마침 평화신문에서 멀리까지 전화해 내 생각을 글로 써달라고 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바로 준비하고 처리해야 할 일을 앞두고도 내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남북 관계 개선은 언제나 내게 중요한 일이었는데도 나는 고민했다. 무슨 일을 하자고 하면 우리 정부가 듣고, 우리 신자들이 선뜻 나서 그렇게 하자고 할 것인가? 늘 이야기하던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효과적 제안’을 인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 국민의 의식이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미 ‘좋은 기회들’을 놓쳤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면서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에 대한 후속 대응책의 하나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20일 외무성 성명으로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소니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적한 데 대해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더욱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선언이 세계에 보여 준 화해 분위기는 거품이었던가? 아니면 이것이 국제 정치의 고도화된 기술인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국제 정치도 좀 더 진지해지고, 아픔을 겪는 나라, 민족들을 더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미국-쿠바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다. 어떤 이는 그 화해의 분위기가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기를 바라고, 또 어떤 이는 미국의 쿠바 봉쇄와 고립 정책이 거둔 성과라고 말한다. 쿠바처럼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키면 북한이 손을 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런 정책을 펴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안타깝다. 사람을 그것도 같은 민족을 고립시켜 극빈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받아 내는 항복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길을 찾고 닦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어떤 말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 안에서도 제각기 생각이 다르다.

교회는 어느 정당의 정치 논리의 한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내 마음 안에서 미움을 털어내는 일부터 해야겠다. 하느님께 미움을 없애고 용서하고 화합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해야겠다.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좋을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야겠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도 그 다음에서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께서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그들에게 다른 마음을 넣어 주고, 그들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그들의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워 버리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11,19). 시대의 표징을 잘 읽고,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또 예레미야서의 말씀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을 나는 황새도 제철을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도 때맞춰 돌아오는데 내 백성은 주님의 법을 알지 못하는구나”(8,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5-01-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시편 119장 108절
주님, 제 입의 찬미 제물이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당신 법규들을 제게 가르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