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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 필리핀을 가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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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이주민이 170만 명에 달한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이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30년에는 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단일민족국가’에서 ‘다문화국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본격적으로 이주민 유입이 시작된 2000년대 초기부터 이주민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시도를 마련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이주민들에게 사목적인 기능을 넘어 다양한 복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옥현진 주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이주민 송출국가 및 교회와 협력하여 더 많은 이주민들이 자신의 고향과 한국에서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 첫 걸음이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 실무자 해외선교연수’이다. 이민의 날(4월 26일)을 맞아 4월 10~15일 국내 이주민 최대 송출국 중 하나인 필리핀으로 떠난 국내이주사목위 전국 실무자들의 여정에 가톨릭신문이 동행했다.

이주민 송출국에서 만난 사람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4시간 만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4월 중순에도 찬바람이 불던 한국과는 너무 다른 날씨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최병조 신부를 비롯한 15명의 실무자들은 필리핀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무더운 기후와 밤 비행에 피곤할 법도 한데 공항을 나서는 실무자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김양순(안젤라) 후원회장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수를 통해서 그들을 제대로 체험하고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수도자 공동사목단체 국경없는 친구들에서 활동하는 안영자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언어와 문화 기후 등 모두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가 직접 이주민 체험을 하고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무자들의 바람처럼 5박6일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필리핀인들을 만났다. 실무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다가 필리핀으로 귀국한 발릭바얀(Balikbayan)과 그들의 가족 이주사목의 역사와 현황 등을 연구하는 스칼라브리니(Scalabrini) 이주센터 연구원 아실로 데 산 빈센떼 데 폴 고아원 원생들 등과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교회 국내이주사목의 비전과 방향성을 모색했다.

특히 13일에 방문한 스칼라브리니 이주센터에서의 만남은 실무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 등 8곳에서 이주민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스칼라브리니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1987년 필리핀 마닐라에 문을 열었다. 20년 가까이 운영된 센터이니만큼 이곳의 자료는 방대했다. 그중 ‘엑소더스’ 시리즈는 이미 한국에도 소개돼 국내이주사목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주센터에서 실무자들은 연구·출판 부장 마루하 아시스(Maruja M.B. Asis)씨의 설명을 듣고 필리핀 교회의 귀국 이주민에 대한 사목적 배려 이주민 가정 관리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부산교구 김해이주노동사목센터 김경수(마리아 막달레나) 사무장은 “이주민 자녀에게 실시하는 경제 교육과 가정에 대한 보살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한국에 돌아가서 경제 교육이나 가정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주민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고민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이번 해외선교연수를 기획한 최병조 신부 역시 연수 일정 중 스칼라브리니 이주센터 방문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는 “다문화국가가 될수록 이주민 송출국가와 유입국가 간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그 협력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주사목 실무자들 간 끈끈한 연대

송출국가와 유입국가의 협력 외에도 이번 연수의 또 다른 목적은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실무자 간의 연대에 있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가 매년 1~2차례의 피정과 국내연수를 마련하고 있지만 한 번에 100여 명이 모이는 자리에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최병조 신부는 때문에 해외선교연수를 통해 이주민의 문화를 이해하는 동시에 실무자들이 자체적으로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국내이주사목의 새로운 발전적 모델과 지침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진행된 첫 번째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 실무자 해외선교연수’에는 서울과 대구 수원 부산 전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 15명이 참가했다. 이제 입사한지 1년차 신입 실무자부터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선임 실무자까지 참가 지역만큼이나 경력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한결 같았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성지민(그라시아) 실장은 “다른 교구의 활동을 들으면서 많이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다”면서 “선배 실무자들에게서 조언도 얻을 수 있었고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생각하던 것을 공유하면서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주교회의 이주사목위 총무 최병조 신부

“현지 프로그램 통해 실무자들 유대감 깊어져”

“유대와 연대 이 두 단어는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전국 실무자 해외선교연수의 핵심입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최병조 신부는 한 마디로 이번 해외선교연수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각 교구별로 실무자 현장방문이 진행돼 왔지만 주교회의가 중심이 돼 해외연수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1년에 한 두 번 피정과 연수가 열리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연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워요. 매일 같이 마주하면서 삶과 마음을 공유하고 비전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5박6일이라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최 신부의 말처럼 실무자들은 필리핀에서 함께 생활하며 끈끈한 유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더불어서 발릭바얀과의 만남과 스칼라브리니 이주센터 방문 등을 통해 이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수 일정이 실무자들에게 연대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수를 다녀온 실무자들을 주축으로 해외선교연수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국내 거주 이주민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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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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