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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내 인생을 바꾼 식사 전 기도 / 추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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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을 스치는 이 바람이 주님의 사랑 가득한 숨결이길. 날 감싸 안아주는 따뜻한 이 햇살이 주님의 은총이길.”

생활성가 찬양 크루 ‘열일곱이다’의 신곡 ‘바람’ 노랫말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주님의 사랑을 찬양하는 마음을 담은 이 곡을 들을 때면 문득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세례를 받은 후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를 물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익살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답한다. “이제는 뭘 먹기 전에 기도를 드린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답을 재미있게 여겨 꺄르르 웃고 넘어가지만, 사실 이 대답에는 나의 신앙생활 초창기 체험이 담겨 있다.

8년 전 어느 날, 군대에서 처음 하느님을 만나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함께 성당을 다니는 전우들과 부대 내 성당 교육관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평소 소탈한 모습으로 병사들과 친하게 지내시던 우리 대대장님이 양손에 무언가로 가득 찬 봉지를 들고 들어오셨다. 우리가 성당 교육관에 있는 것을 알고 떡볶이를 직접 사다주신 것이다. 맛있게 먹으라며 우리에게 떡볶이를 전해주고 바로 자리를 떠나시려는 대대장님을 붙잡아 같이 드시기를 권했다. 괜찮다고 손사래 치던 대대장님이 우리의 끈질긴 권유에 결국 한 입만 먹고 가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대대장님은 떡볶이를 정말 한 입만 드시고 가셨는데, 그 전에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하시는 게 아닌가! 초보 신자였던 나에게는 그 광경이 정말 놀라웠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 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대대장님은 작은 떡볶이 한 점에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있었다. 분식집에서 흔히 보던 그 떡볶이가 그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님의 사랑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참행복은 ‘당연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 식사 전후 기도를 생활화했다. 그러다보니 매일 내가 ‘당연히’ 먹던 모든 먹거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당연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내 삶을 이루는 모든 순간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해졌다. 그렇게 내 인생이 완전히 변화됐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8)




추준호
(예레미야·찬양 크루 ‘열일곱이다’ 기획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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