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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선조 흔적 찾아 문화재 탐방] (3) 남한산성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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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 남한산에 있는 ‘남한산성’은 과거 한양을 지키던 4대 요새 중 하나였다. 총 12.4㎞, 높이 7.3m 규모의 성은 2000여년 전 백제 시조 온조의 왕성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성곽을 쌓으며 주장산성(晝長山城)으로 불렸다고도 전해진다.

후대에는 그 옛터를 활용해 여러 번 고쳐 쌓기를 반복하다가 조선 광해군 때(1621) 축성(築城)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어청과 관아 및 행궁이 포함된, 왕실과 정부가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이자 군사시설까지 갖춘 산성이 된다. 지금은 동·서·남문루와 장대(將臺)·돈대(墩臺)·보(堡)·누(壘)·암문·우물 등의 방어 시설 및 관청, 군사훈련 시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사적 제57호인 남한산성은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열한 번째로, 경기도에서는 수원 화성과 조선 왕릉에 이어 세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세상을 거스른 승리

남한산성은 뼈아픈 역사의 장소다. 1637년 병자호란에 맞서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항전하던 인조는 왕자들이 있던 강화도가 함락되고 패색이 짙어지자 발발 45일 만에 세자와 함께 성문을 열고 삼전도에 나가 치욕의 항복을 한다. 마지막까지 지켜내지 못한 민족의 비극이 서린 곳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200여 년이 흐른 뒤 이곳은 천주교 박해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다. 광주 유수(留守)의 치소(治所)가 이전되고 포도청과 여러 관청이 자리한 여건으로 박해 때마다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끌려와 순교했다.

신유박해 때 복자 한덕운 토마스(1752~1802)가 최초의 순교자가 됐으며 이어 기해박해를 거쳐 병인박해 후기까지 70년간 약 300명에 달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 교수, 장살 등 방법으로 순교의 영광을 안았다. 그중 이름과 행적이 남아있는 순교자는 총 36위다. 이들은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끝까지 지켜냈다.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굴욕의 역사 현장 속에서 세상을 거스른 진정한 승리와 생명의 문을 열어 보인 것이다.

■ 연령을 위한 안식처

남한산성 동문을 향하는 길에서 마주하는 남한산성순교성지(전담 김유곤 신부)는 수많은 순교자의 신앙 순교터 만이 아니라 ‘연령을 위한 안식처’라는 특별함을 지닌다. 이는 첫 순교자 한덕운 복자의 영성과 삶에서 비롯된다.

홍주에서 태어나 복자 윤지충으로부터 십계를 배운 뒤 입교한 그는 하느님 뜻에 따라 모든 일을 행하고 신실한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교회 동정을 살피기 위해 옹기장수로 변장하고 서울로 가서 청파동과 서소문 등지를 다니다 홍낙민 루카와 최필제 베드로의 시신을 발견하고 장례를 치렀다.

위험을 무릅쓰고 순교자들의 시신을 돌보는 모범을 보인 그는 한국 천주교 연령회 활동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행동으로 신자임이 발각돼 체포됐으며 1801년 12월 27일(양력 1802년 1월 30일) 남한산성 동문 밖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그의 나이 50세였다.

■ 순교자처럼 칼을 쓰신 예수님

교구는 남한산성의 교회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1998년 9월 30일 남한산성을 성지로 선포했다. 1978년 성지 터를 마련하고 199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던 교구는 성당과 야외 미사 터, 십자가의 길을 조성해 순례자들을 맞았다.

현재의 성당은 기존 성당이 협소해 지면서 새로 건립된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목구조를 혼합한 지상 2층 한옥 형태로 2015년 4월 25일 봉헌됐다. 구 성당 건물은 한덕운 복자를 기념해 ‘토마스홀’로 만들었다. 또한 ‘교회 책방’ 등을 통해 순례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남한산성 형옥의 순교자들처럼 칼을 받아쓰고 계신 제대 십자가가 눈에 띈다. 주위로 환한 광채가 퍼져나가는 듯 보이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가시관을 이루는 작은 가시들이다. 성당 입구 왼편의 계단을 오르면 야외 14처와 야외 미사 터를 만날 수 있다.

성지는 화요일부터 주일까지 오전 11시 미사를 봉헌한다. 매주 화요일 미사 끝에 연도를 바치며 목요일 오후 2시에 성시간을 거행한다. 금요일 미사 후 공동 십자가의 길 기도와 매월 첫 금요일 오후 8시 떼제기도가 마련된다.

순례는 성지 정문을 마주하고 서있는 순교자현양비에서 출발하여 순교자들이 갇혀있던 포도청과 감옥, 심문을 당하던 연무관과 제승헌, 순교자들의 시신이 성 밖으로 버려졌던 시구문, 처형 터로 이용됐던 동문 밖 형장을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할 수 있다.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다. 특히 시구문 밖 계곡은 순교자들의 무덤과 같은 곳이어서 순례자들이 반드시 찾아보고 순교 정신을 묵상할 수 있도록 권장되고 있다.

※문의 031-749-8522 남한산성순교성지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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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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