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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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공안국 신부님 한국에 오다 / 최인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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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가 당신의 선물이 되게 하소서.’

이는 제가 사제품을 받을 때 상본에 적은 문구입니다. 신학생 시절, 마틴 부버의 ‘너와 나’(ich und du)에 대한 권기철 신부님의 강의가 늘 맴돌았습니다. ‘나는 너로부터 주어진 존재이며 선물’이다. ‘나를 선물한 너’에게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물로 주어진 나’를 귀하게 여긴다면, ‘나를 선물한 너’는 ‘나를 위해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할 것이라는 내용. 그러면서 사제가 되면 누군가에 꼭 필요한 존재이며 선물이 되겠다는 마음을 키웠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아마도 부모님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늘 선물을 준비해주셨고, 더 못 해주셔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특히 저는 1남 5녀의 외아들, 집안 몇 대에 걸쳐 아들이 귀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제가 자라며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주님, 제가 당신의 선물이 되게 하소서.’라는 서품 성구를 정하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것도 하느님이 준비해주신 선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학교에 부임해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이름을 지니셨던 설립자 공안국 신부님을 알게 되면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신부님은 당신의 이름에 맞게 세상에 ‘하느님의 선물’이 되고자, 사제직을 향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나눠주며,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수를 놓으며, 잔잔한 기쁨의 선물을 준비합니다. 1893년에 동생 줄리앙 공베르(한국명 공안세)와 함께 신학교에 입학하여 6년여 동안 사제직을 준비합니다. 동생과 함께 공안국 신부님은 예수회 신부로서 인도에서 선교 생활을 하였던 그들의 형처럼, 1897년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하여, 1900년 6월 24일에 함께 선교 사제로 서품받습니다.

‘선물’은 원래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장소에 보내져야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 이 이치를 잘 알고 계셨던 공안국 신부님 형제는 방화와 유혈의 박해 현장인 만주로의 소임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워 만주로 입국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조선으로 향하여 1900년 10월 9일에 한국에 도착합니다. 신부님은 그때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떠나 한국에 도착할 때쯤 한국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벅찼다. 멀리 한국의 산야가 보이고 바닷가에 집이 보였다. 부산항 바닷가에 초가집이 즐비하여 한국은 부자라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여 초가집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사람들이 웅거하고 있지 아니한가! ‘아! 불쌍한 백성이로다.’하고 긴 한숨을 쉬었다.”

부풀고 설레는 마음으로 선교지인 조선에 도착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불쌍하고 가련한 현실 앞에서, 공안국 신부님은 예수님의 눈으로 아프고 지친 이들을 가엾게 바라보십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선물이 되어주고자 당신의 두 주먹을 꼭 쥐십니다. 나도 다시금 그 주먹을 꼭 쥐어 봅니다.


최인각 신부(안법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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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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