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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이야기] 병원 봉사 33년 박순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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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자(루치아·73·제1대리구 고등동본당)씨가 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1986년경이다. 지인으로부터 ‘병원에 가서 봉사를 함께 하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서다. 봉사는 병실 방문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아픈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났다. 담당 수녀에게 “이런 상태로는 봉사를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자, 수녀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만류했다. 그 말에 마음을 다잡고 봉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껏 계속된 세월이 30년을 훌쩍 넘겼다.

요즘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무인발급 처리를 돕는 봉사자로 활동한다. 각 병원에서 주 1회 오전 4시간씩 일주일 중 이틀을 환우들에게 나누고 있다. “환우들 한명 한명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내 손이 필요한 분들’이란 생각에 봉사 현장에 가는 것이 늘 기쁩니다.”

“피곤함을 느끼다가도 병원에 봉사하러 가면 기운이 난다”는 박씨. 봉사를 위해 집을 나설 때는 늘 “제 손길 닿는 분에게 건강 주시고, 은총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그런 봉사의 바탕에는 매일의 기도가 있다. 묵주기도는 하루 보통 30단씩 봉헌한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한 지향은 빼놓지 않는다.

“환우들이 고통스러워할 때 해줄 게 없는 점이 참 힘듭니다. 그저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 줄 뿐입니다. 같이 붙들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특히 “젊은 환우를 만나거나 어린아이가 아픈 모습을 볼 때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 그는 “그 모든 환우와의 만남이 기도가 되고 묵상이 된다”고 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던 환우가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다’고 인사할 때 보람이 크다. 그런 경우에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기도가 절로 나온다. 또 오래전 만났던 환우가 자신을 알아보고 ‘극진히 대해줘 고마웠다’고 얘기할 때 봉사로 인한 기쁨을 느낀다.

무인수납 봉사를 하는 지금은 도움을 주려 해도 ‘필요 없다’고 무시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섭섭함은 느끼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는 봉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박씨는 병원 봉사를 하며 “욕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삶은 유한하고 건강을 잃으면 그뿐인데, 아등바등 세상 것에 집착하며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계획은 어떤 일이든 자신의 힘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봉사를 계속하는 것이다. 박씨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듯이, 그저 묵묵히 소리 없이 드러내지 않고 환우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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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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