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에세이] 행복한 건 너 때문이야 / 이선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해마다 11월이면 저희 직원들은 1박2일 워크숍을 갖습니다. 1년을 돌아보며 한 해를 어떻게 지냈는지 사업평가도 하고 또 내년을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하고 또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각자 평소 생각하고 나누고 싶었던 주제들을 제시하여 둘다섯해누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장 신부님을 비롯한 50명의 직원이 마니또 뽑기를 하여 매일 화살기도와 간식 무한제공이라는 미션을 시무식까지 수행하도록 하여, 평소 잘 모르고 지냈던 직원 간에 친밀함을 갖도록 합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행정팀은 간식을 받기가 쉽지만, 생활동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교대근무를 하므로 간식 제공 미션수행에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상자 하나를 마니또 간식 우체통으로 만들어 비치해놓았습니다. 그러니 누구의 간식이 어떤 것이 있을까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간혹 저의 것도 있어서 별것 아닌 것에 행복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간식도 간식이지만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응원 글도 있고, 예쁜 시 한 편을 써서 제공하기도 하고, 잘 몰랐던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는 듯하여 흐뭇했습니다.

매년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전 모든 직원은 삼삼오오 팀을 만들어 둘다섯해누리 거주인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펼칩니다. 예산이 넉넉지 않으니 외부 공연팀을 부를 수도 없기에 해마다 저희가 이런저런 영상도 보고 아이디어를 모아 공연을 준비합니다,

‘이젠 할 것도 없다, 없다’ 하면서도 언제 의상도 준비하고, 안무도 맞췄는지, 겨울왕국을 패러디하여 코믹하게 꾸미기도 하고, 복고댄스도 춥니다. 이런 선생님들 재주에 깜짝깜짝 놀라기만 합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하신 말씀처럼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저희는 어느 틈엔가 이 말씀이 스펀지에 물 스미듯,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중 원장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옆 사람에게 “내가 행복한 건 너 때문이야”라고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때론 나의 십자가가 될 때도 있지만 ‘너’ 때문이라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나를 버리고 그 누군가를 위해 생활한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어차피 내 것은 처음부터 없었음을 깨닫고, 지금의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거저 주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느껴집니다.





이선이
(매임데레사·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1-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0

시편 50장 24절
찬양 제물을 바치는 이가 나를 공경하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이에게 하느님의 구원을 보여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