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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을 믿습니다] (상) 세례 앞둔 북한 이탈 주민 임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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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진리의 길을 드러내 준 사건이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신앙인들에게 세상을 거스르는 참 생명과 희망을 되찾아 주신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세례를 통해 시련 속에서 더 강한 믿음으로 부활의 기쁨을 사는 이들을 만나본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2018년 5월 한국에 온 임설(가명·46·제2대리구 도촌동본당)씨는 세례를 앞두고 있다. 본래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본당 공동체 미사가 무기한 연기되며 세례식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임씨는 미사 참례를 못 하는 아쉬움 속에 본당서 내준 예비신자 교리서 요점 정리 숙제로 영세 전 다시 한 번 교리를 살펴보고 있다. 그에게는 특별히 여러 기도문 중 ‘사도신경’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것’이란 부분이 우리가 믿는 하느님, 우리가 지닌 가톨릭 신앙의 의미를 명확히 해주기 때문이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갖은 고초를 겪은 후 남한에 정착해 그리스도를 알고 새 삶을 사는 그에게 많은 상념을 안긴다.

북한에서 남한의 유치원 교사라 할 수 있는 취학 전 어린이 교사로 일했던 임씨는 2004년 8월 탈북해 중국으로 갔다. 월급도 받지 못해 장마당에 나갈 수밖에 없을 만큼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얘기를 꺼내면서 그는 당시 어려움이 떠올려지는지 연신 눈물을 글썽였다.

중국에 와서 연고도 없이 신분 보장이 되지 않았던 그는 괄시와 무시를 겪었다. 갖은 고생을 하다 2005년 현재의 중국인 남편을 만났으나 북한에서 온 그는 계속 숨은 사람으로 지내야 했다. 이런 처지는 ‘한국행’이라는, 또 한 번의 죽을 각오를 하게 만들었다.

2018년 4월 홀로 중국을 떠나 태국을 경유해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의 몇 개월은 영화 속 이야기와 같이 험난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는 비로소 ‘이제 드디어 마음을 놓고 살겠구나’라는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임씨가 하느님께 마음이 열렸던 것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였다.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서 면담과 조사를 받을 당시 개신교 목사 부인으로부터 성경을 받고 ‘하느님’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하느님 존재는 몰랐지만, 왠지 그분이 기다려주시고 이끌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체험은 하나원에서 석 달 동안 예비자교리를 배우는 것으로 이어졌다. 가톨릭교회로 더 마음이 움직인 것은 언젠가 보았던 한국 드라마의 ‘수도자’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마음 아픈 이를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수도자를 통해 가톨릭이 참된 진리와 정의를 가르치는 종교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하나원 졸업 후 현 소재지에 짐을 푼 임씨는 먼저 관할 본당을 찾았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예비자 교리를 다시 들었다. “본당 선교분과의 세심한 보살핌 속에 다시 교리를 익히는 과정은 소속감과 안정감을 안겨주었다”고 말한 그는 “하느님을 더 가깝게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들려줬다.

남북한 용어 차이가 있어 간혹 말뜻을 이해하는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교리를 배울수록 하느님은 계속 알고 싶은 분으로 다가왔다.

그는 세례명을 ‘마리아’로 정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난 수녀가 사연을 듣더니 권한 이름이다. 조만간 한국에 와서 함께 살게 될 남편이 영세하면 ‘요셉’을 세례명으로 권할 생각이다.

“이제 ‘하느님’은 ‘없어서는 안 될 태양과 같은 분”으로 비유한 임씨는 “그분의 이끄심이 아니었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현재 의료기구 포장 업체에서 일하게 된 것도, 대표 가족이 모두 가톨릭 신자인 것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처럼 감사하게 여겨진단다.

북한에 형제와 조카 등 가족을 두고 있는 그에게 ‘통일’은 풀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 한쪽에 자리한다. 벚꽃이 만발한 요즘, 백살구꽃이 가득했던 고향 산천은 여전히 손에 잡힐 듯 선연하다. 그렇게 ‘통일’은 늘 그의 기도 안에 있다.

인터뷰 중 한국 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인 2020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기도 운동이 언급됐다.

“통일이 꼭 이뤄져 고향에 가서 조카들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는 우리 가톨릭교회만이 할 수 있는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도 모두 같은 민족이라는 것, 또 남한 북한 사람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례 후 성경도 교리도 열심히 공부해서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를 더 깊이 깨닫고 싶다는 그. “부활하신 주님을 믿어 신앙인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삶의 든든한 지표가 되어주신 하느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분은 이전과 지금처럼 도와주실 것입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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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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