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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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100점 턱 내기 / 권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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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너무 좋아서 직장 동료들한테 케이크를 사고 커피를 샀다. 먹는 입장에서 이유나 알고 함께 축하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손사래를 저으며 그저 드시라고 했다. 이유를 말하기가 머쓱한데 자꾸 물어온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셔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생인 우리 둘째가 영어와 수학을 합쳐 백 점이 넘어서 기분 좋아서 낸 턱이라 하니 “한 과목 백 점도 아니고 두 과목 합쳐서 백 점이라고요?”하면서 깔깔대고들 웃는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곧 잘하고 책을 좋아했다. 세례를 받고 나서는 수녀님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성당에서 복사도 열심히 하고 수학을 잘해 상도 탔다. 의사가 되고 싶다고도 해서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화장을 시작했고 머리를 반반씩 나눠 갈색 반 황금색 반으로 염색해 다니기도 했다.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책 대신 휴대폰을 손에 착 붙이고 밤낮없이 보았다. 타이르는 말을 하면 어이없는 말대답으로 내 속을 박박 긁어 놓았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도 내고 달래도 보았지만, 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서 울기도 했다. 아이가 실망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걱정이 앞섰다. 이렇게 저조한 성적으로 자신의 꿈에 어떻게 닿을 수가 있겠나 싶어 아이가 밉고 이런 상황도 답답했다.

연일 가슴이 먹먹한 채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데 의외로 주님께서는 나를 보여주셨다.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나의 온 마음과 시선은 모두 이 세상의 성공을 향해 있었다. 그 잣대로 내 생각으로 애면글면하고 있는 안타까운 내 모습을 보여주셨다. 주님께 맡기면 당신의 계획대로 하실 텐데 아이를 탓하기 이전에 함량 미달인 나를 보게 해주셨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평화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엄마로서 할 일들도 알 수 있게 해 주셨다. 아이가 원하는 음식 만들어 주기, 아이가 말할 때 눈 마주치고 끝까지 듣기, 다 듣고 감정 알아주기, 공부와 성적 이야기 멈추기, 믿어주고 기다리기, 자주 웃고 기도로 응원해주기 등. 생각대로 안 돼서 엎어지고 화내는 날도 있었지만 ‘사랑’을 바라보게 해 주셔서 사춘기 여정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이제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이 생겨서 스스로 공부도 한다. 그렇게 노력해서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성적이니 나에게는 어찌 자랑스럽지 않을까. 그런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직장동료들에게 백 점 턱을 냈다고 하니 아이는 “제발 엄마~~” 하는데 새초롬한 표정이지만 콧구멍은 한껏 커져 웃고 있다. 엄마의 응원과 기도를 받고 행복하게 자라면 스스로 할 힘, 이 세상을 살아갈 파워가 솟는다. 주님 안에 흔들리지 않고 웃으며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 진짜 엄마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소망하고 기도드린다.


권수영(스콜라스티카) (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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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2-0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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