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창간86주년 특별기획]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100인 설문 바탕으로 (상) 안으로 향한 쇄신의 요청

신앙 위기 극복, 교회 내적 성찰·총체적 쇄신부터/ 신학자들, 신자들에 앞서 사제 쇄신 우선임 지적/ 교황도 교회의 신학적 자기도취 주의할 것 당부/ 참된 교회 쇄신, 공의회 정신 실현하는 것 필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가톨릭신문사는 창간 86주년을 맞아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100인에게 묻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한국의 저명한 신학자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새 교황의 과제가 곧 보편교회의 과제이며, 한국교회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당면 과제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가톨릭신문사는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쇄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인식 하에, 이번 조사 결과에서 시사된 바를 통해 한국교회 및 세계교회의 사목 현실과 요구에 비추어 다시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보편교회는 지금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다. 올해 11월 24일 그리스도왕대축일까지 이어지는 ‘신앙의 해’는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첫 발걸음으로서, 이 기간 동안 모든 지역교회와 신자들이 직면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이 복음화를 이뤄나가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받고 있다.

▨ 교회 상층부로 날아드는 쇄신의 요구

하지만 이처럼 신앙의 해와 새로운 복음화의 노력이 당부되는 가운데에서, 교회 일각에서는 다소간 비판적인 견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한 저명한 신학자는 새로운 복음화와 신앙의 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이면서, “보편교회와 한국교회 공히 교회 지도부에서부터 서구 중심적인 교회관과 선교론에 대한 반성과 대안의 모색이 이뤄지지 않고, 잘못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 없이” 신자 대중과 세속사회에 신앙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미 교황 프란치스코 이전부터 나타난 이 같은 비판적 견해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탄생에 새롭게 고무되고 있다.

새 교황은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기 안에 매몰된 교회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명했다. 콘클라베 전 추기경단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베르골료 추기경은 교회가 ‘자기중심적(self-centered)’이고 ‘신학적 자기도취’(theological narcissism)에 빠져 있을 때 교회 안의 악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추기경은 그럴 때, 교회는 그리스도를 교회 밖의 세상과 나누는 것을 잊고, 자신이 스스로 빛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교회를 쇄신하고 개혁할 자신의 의향을 충분히 드러냈다. 나아가, 교황 선출 이후 겸손과 겸허를 지향하는 말과 행동들을 통해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가까워야 한다는 열망을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고위 성직자들이 따라야 할 규범들을 제시해온 것이다.

그럼으로써, 쇄신과 개혁의 요청은 아주 직접적으로 교회의 상층부를 향해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 교황청의 쇄신, 추문과 행정의 난맥상

이번 조사는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및 그에 대한 잘못된 조치들에서부터 최근의 이른바 ‘바티리크스’(Vatileaks)로 나타난 교황청의 금융과 행정의 난맥상에 대한 보도들을 고려해, ‘교황청의 쇄신’ 문제를 새 교황의 과제 중 하나로 보기 문항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대처’(1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현’(2위), 그리고 ‘빈곤과 세계화의 문제’(3위) 등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교황청의 부패 혹은 기능상의 문제는 이미 지난 2009년 교황청 국무원장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의 해임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건의했었다는 독일 쾰른대교구장 요아킴 마이스너 추기경의 발언으로 미루어 해묵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교구장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회의) 중앙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 응답자들 중 ‘교황청의 쇄신’을 새 교황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한국의 신학자들은 모두 20명, 이들은 우선 교황청의 부패와 추문을 그 직접적인 이유로 든다.

구병진 신부(마산교구)는 “교황청 내부의 불법, 비리, 은밀한 인사 및 불투명한 자금 세탁 등을 척결해 면모를 일신하지 않으면 언론과 대중들의 교황과 교회를 향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 신부(서울대교구)는 “교황청이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복음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교황청 쇄신은 단지 일련의 추문들의 청산에서만 완성될 수 없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박선용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교황청의 쇄신은 교회 밖에서 보면 가톨릭교회 전체 쇄신의 상징으로 이해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앙집권식 통치와 불투명한 교황청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기태 신부(인천교구)는 교황청 쇄신 문제가 단순히 로마 교황청 각 부서의 인적 쇄신과 구조 개편을 포함한 외적 쇄신만을 의미하지 않고 “교회가 본질적으로 지향해야 할 복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실천하는 내적 쇄신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신부(전주교구) 역시 마찬가지로 “교황청의 제도들과 기구들이 지배가 아니라 진정 섬김과 봉사를 위해 더 낮아져야 한다”며 “이는 곧 성직자들, 특히 고위 성직자들의 쇄신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 교황청 쇄신과 직무 사제직의 문제

교황청 쇄신은 성직자들, 곧 직무 사제직의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설문의 또 다른 문항인 ‘직무 사제직의 문제’가 새 교황의 과제라고 대답한 신학자는 모두 12명이다. 교황청의 쇄신은 성직자, 직무 사제직의 쇄신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이 많은 응답자들의 견해이다.

직무 사제직의 문제는 많은 것을 포괄한다. 사제성소의 부족, 성직자들의 쇄신, 사제 독신제와 여성 사제직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사제들의 아동 성 추행과 이에 대한 교회 지도층의 잘못된 대처와 대응에 대한 반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이에 대한 성찰과 함께 여성 사제와 독신제 완화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기도 했다.

3차 바티칸공의회의 필요성을 제안한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는 그 핵심 의안으로 직무 사제직, 특히 여성 사제 문제와 교황 및 교구장 임기제, 모든 이가 함께 하는 평등 구조 등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희 신부(대구대교구)는 “현대 교회에서 사제 쇄신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회 안에서 직무를 통해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의 모습으로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종교개혁’ 이후 교회의 쇄신을 추진하면서 ‘머리의 개혁’, 곧 교황청의 쇄신과 개혁을 강조했다”며 “신자들의 신앙 쇄신은 사제생활의 쇄신이 전제돼야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일 신부(서울대교구)는 “교회는 끊임없이 쇄신돼야 하지만 우선 사제직무를 수행하는 사제들의 쇄신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이자 선교사인 김혜숙씨는 “교황청의 쇄신은 곧 교도권의 쇄신”이며 영적 쇄신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라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 오민환씨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구조를 지닌 교황청과 교황직제에 대한 비판적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의회, 교회 쇄신의 예언적 역할

한편 교황청을 포함한 교회의 쇄신 문제는 필연적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과 깊이 연관된다는 견해를 피력한 응답자들이 많았다. 아울러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주교단의 단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 지역교회의 자율성 확보, 평신도의 소명과 역할,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참된 교회의 쇄신은 공의회 정신을 완전하게 실



가톨릭신문  2013-04-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잠언 16장 6절
자애와 진실로 죄가 덮이고 주님을 경외함으로 악이 멀어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