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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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6주년 특별기획]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100인 설문 바탕으로 (하) 세상과 교회

빈부격차·생태계 파괴 극복에 인류 미래 달렸다/ 교황은 궁극적으로 세상 복음화 위해 일해야/ 양극화 문제 해결할 경제·정치·제도 혁신 요청/ 생명윤리 가르침, 분명한 신앙 근거 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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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한다.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이 훼손되는 세상의 현실은 곧 교회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그리고 급기야는 십자가에 못 박혀 인간의 죄를 보속하고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내어주신 것은 이처럼 세상, 하느님의 피조물 전체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새 교황의 과제는 교회 안에 갇혀 있지 않다. 교황은 하느님 백성의 통치라는 직무를 수행하지만, 궁극적으로 온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일하는 종이며, 복음화의 과제는 온 세상이 하느님의 은총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새 교황의 과제에 대한 설문에 응답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신학자 100인은 이처럼 작금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과제들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지적하고 있다.



세상과의 관계, 그리고 세상 속에서의 새 교황과 그리스도인의 과제에 대해 신학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빈곤과 세계화의 문제’(24명)이다. 빈곤은 그저 절대적인 궁핍의 상태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빈곤의 문제는 세계화 현상과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은 ‘생명·가정 윤리문제’(16명)이다. 낙태와 피임, 동성애 등 생명윤리 문제는 교회가 보수적이라는 세속의 비난 속에서도 결코 타협하거나 굽히지 않고 있는 윤리·도덕적 영역이다. ‘생태 문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12명)과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10)의 과제도 신학자들이 새 교황의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생태학적 관심은 생명윤리, 빈곤과 정의 구현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한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와 복음화의 필요성은 곧 교회가 자신이 가르치는 바를 실천하는가 하는 진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도 직결되고 있다.

▨ 빈곤, 그리고 교회의 가난 실천

‘빈곤과 세계화의 문제’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이다. 빈곤과 가난은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던 고통이었지만, 오늘날 빈곤 문제는 그 양상을 달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즉, 오늘날 빈곤의 문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념과 경제 체제로 인해 야기되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문제로 인식된다.

김인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화의 문제는 경제 제도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국가 내 빈부격차 뿐만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국가간 빈부격차로 날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인숙 수녀는 ‘인간의 절제되지 않은 욕망’으로 양극화가 빚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는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시정할 국가간 경제·정치·제도적 혁신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새 교황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기경호 신부(작은형제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재화의 분배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의 권력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한 흐름으로 인해 “구조적 빈곤층을 평생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운명적 빈곤층’으로 확정짓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 교회는? 교회가 짊어지고 풀어야 할 과제는? 실마리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교회’의 정체성에 있다고 신학자들은 말한다.

송창현 신부(대구대교구)는 “새 교황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복음적 가치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고, 한건 신부(부산교구)는 “새 교황이 청빈의 대명사인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선택했다”는데 주목하고 성인의 삶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민 수녀(종교대화씨튼연구원장)는 세상과 연대하는 사랑의 나눔에 힘쓸 뿐만 아니라, 교회는 근본적으로 “먼저 가난해질 필요가 있다”며 “교회가 가난해져야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 오민환씨는 그리스도교가 “비인간적·경쟁적 자본주의와는 반대편에 서 있다”며 새 교황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가난의 구조를 물으면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의 그리스도교적 전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빈곤과 생태 문제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이다.
사진은 아프리카 빈민촌의 모습.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이 앞쪽으로 심하게 오염된 물이 보인다.
아프리카는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식수·식량난을 겪고 있다.
 

 
▲ 바티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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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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