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소문공원<사진>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근린공원이 아닌 순교성지로서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지나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나마 지나치는 사람들 대부분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서소문공원이다. 더구나 그곳이 천주교회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국내 최대 순교지로서 세계적 성지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오랫동안 그 가치는 주목받지 못했다. 순교현양비가 세워져 있지만 성지의 가치를 드러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경제개발기에 철도와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방치됐던 서소문성지가 `하느님 앞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을 죽음으로 보여준 곳이며, 신분제에서 벗어나려는 민중을 각성시켜 조선이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데 정신적 토대를 제공한 곳`이라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말씀은 서소문성지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교회사적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서소문성지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름 짓기부터가 달랐다. `순교성지`라는 표현이 빠진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이라는 이름 속에는 이제는 천주교 문화유산이 특정 종교의 문화유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와 문화의 일부로 거듭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회 최대 성지이지만 천주교회만의 장소가 아닌 지난 600여 년 시간의 켜를 지닌 우리 역사의 장소이며, 순교의 현장은 그 중에서 우리 근대사의 큰 획이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박해와 수난보다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근대사회와 가치를 위한 삶과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중심에 놓는 작업은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모두`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이다. 천주교회 성지로 찾아오는 곳이 아닌 우리 역사의 현장으로 찾는 역사문화공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