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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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을 말한다] (21) 제5화 한국 교회건축의 반성과 대안-교회건축과 문화유산

우리만의 문화유산에서 세계 교회유산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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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성당은 지역의 문화적 전통이 보편교회 건축양식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은 한옥와 서양 건축양식을 절충한 경기도 안성성당.
 


 
▲ 1960년대에 지은 서울 연희동성당.
아직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으나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교회건축이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한국 천주교회는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손을 뻗고 한 걸음만 움직여도 손쉽게 닿을 수 있을 만큼, 크고 작은 많은 교회 문화유산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현재 천주교회 문화유산 중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된 건수는 사적지 5곳, 사적 7점, 시ㆍ도 지정문화재 18점, 등록문화재 20여 점에 이른다. 이 밖에도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교구별로 많은 잠재적 문화유산들이 가꾸어져 있다. 이들 문화재들은 대부분 해방 전에 형성된 것들이었으나, 최근 들어 해방 이후에 형성된 교회 문화유산들도 속속 문화재로 등록되고 있다.

 천주교회 문화유산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고, 2009년에 이미 건축ㆍ미술ㆍ유물박물관 관리를 위한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이 만들어지고 관련 세미나가 수차례 개최될 정도로 교회 내부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최근 우리 문화유산들이 속속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교회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우리는 일찍이 우리가 `찬란한 문화`를 가꿔왔음을 잘 알고 있다. 이는 한국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날 나 홀로 세상을 돌아보면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이 저 한편 구석에 처박혀 있는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독자 중에도 그러한 경험을 한 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찬란한 문화유산에 대해 의심의 싹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내가 우리의 `찬란한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세뇌교육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은 잠시나마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자신 없어 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경망스럽게도 용기백배해서 마치 우리 주위 어떠한 것도 세계문화유산 가치를 지녔을 것 같은 자만심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교회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과는 별도로, 교회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 교회유산이 갖는 가치를 세계의 여타 문화유산과 견줘봄으로써 우리의 것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신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사상 유례가 없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선교사 도움없이 학자들의 자발적 연구와 노력에 의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깨우치고 교회공동체가 형성됐다는 점. 둘째, 이렇게 깨우친 신앙을 증거하며 순교자를 배출한 교회라는 사실. 셋째, 성직자가 한 명도 없는 교회를 교황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목구(代牧區)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배경으로 한 한국 천주교회의 건축문화유산은 복합유산으로서 충분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일이다.

 세계문화유산 중에서 가톨릭 교회유산이 13.9를 차지한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유럽의 교회건축유산이지만, 인도ㆍ필리핀ㆍ마카오 등에도 교회 세계문화유산이 있고, 일본 나가사키에서도 자신의 교회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아시아 각국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교회 문화유산을 들여다보노라면, 우리 교회 문화유산 역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교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세계사적 의미에 바탕을 둔 교회건축 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한옥교회의 존재는 지역의 문화적 전통이 보편교회의 건축양식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 사례다. 한옥교회는 가톨릭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종교임을 드러내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교회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두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교회 문화유산에 대한 기존 시각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유산을 `그들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모두의 문화유산`으로 만들어가야 할 시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시각은 `찬란한` 프레임에 갇혀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글과 같은 세계적 언어의 사용은 우리가 자랑하는 `찬란한 문화`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교회 문화유산은 `찬란한` 프레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고딕성당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건축의 위용이나 아름다움은 유럽의 고딕건축에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실 교회건축을 볼 때 우리 마음을 시리게 만드는 것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모진 박해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삶을 마감하셨던 어르신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박해의 어려움을 딛고 오늘에 이른 우리 교회에 대한 대견함이다. 그래서 순교성지에 대한 우리의 각별한 애정은 타협이 불가능한 절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가톨릭 교회유산이 특정 종교 문화유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된 지 20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교회 문화유산이 `그들만의 리그`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미 우리



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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