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김 추기경 각막 적출 후 나눔의 삶 사는 주천기 교수

그 사랑의 삶에 눈뜨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제 인생을 바꿔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나눔을 평생 실천하면서 살겠습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 주천기(요셉, 55) 교수는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일 안구를 적출했던 그 사건 이후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김 추기경이 품고 살았던 `나눔의 씨앗`이 조금이나마 그에게 전해진 것일까.

의료봉사 활동 적극 참여

 주 교수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그해 11월 무작정 짐을 꾸려 아프리카 케냐로 떠났다. 병원측에 의료봉사 요청이 들어오자 기꺼이 자원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의료진을 이끌고 충북 음성 꽃동네를 두 차례 방문해 20명에게 빛을 선물하고, 중국 연변에서도 9명에게 무료 개안수술을 집도하더니, 최근에는 5000만 원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시과학연구소에 내놓았다.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 첫 학술상 수상 상금 전액을 의료 발전을 위해 쾌척한 것이다.

 "김 추기경님께서는 선종하셨을 때 두 눈과 묵주를 남기셨습니다. 가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내어 놓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나눔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주 교수는 잊을 수 없는 `그날`을 회고했다. "추기경님은 1990년대 두 눈의 백내장 수술을 받은 상태였고, 고령이셨기에 기증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추기경님 눈이기에 기증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도했는데, 검사결과 안구 상태가 (기증하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주 교수의 이야기는 김 추기경에서 케냐 의료봉사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그는 케냐에서 의료진들과 함께 모두 15명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했다. 그가 집도한 어린이 환자만 6명이다. 당시 어린이들 집을 방문한 그는 열악한 환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했다.

 "다 녹슨 양철지붕에 창문도 작아 컴컴한 집에서 짐승 가죽 하나 깔고 살더라고요. 집안에서 불을 지펴 연기 때문에 눈이 따가웠어요. 짐승이고 사람이고 기생충에 시달려 비쩍 마른 모습을 보니, `야, 이건 정말…`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지요.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처참한 생활상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의료봉사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케냐에서 그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그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탈렌트를 쓰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자서전 이익금, 생명 기금으로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출생한 그는 김 추기경 선종 6개월 전인 2008년 8월 세례를 받았다. 가톨릭대 천명훈(프란치스코) 의무부총장이 그의 대부다.

 최근 자서전 「세상을 보여줄게」(amstory/1만3000원)를 출간한 그는 10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스승 김재호 박사는 추천사에서 "환자를 돌보고 연구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허덕대기 십상인 의사들과는 달리 주 교수의 지속적인 봉사활동은 투철한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주 교수는 인세 전액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생명존중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은 주 교수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IT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실명하는 이가 늘고 있다"면서 "각막이상증과 망막색소변성 등 실명과 관련된 유전질환은 조기에 대처해야 신경세포를 보호할 수 있어 실명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힘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2-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마태 5장 9절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