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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2주기 추모미사 이모저모

바보 천사,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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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기도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봉헌된 김 추기경 2주기 추모미사에서 한 신자가 김 추기경 묘소에 꽃다발을 봉헌하고 있다.
 

2009년 2월 2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는 여느 사제와 별반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치러졌다. 겉치레와 유별난 것을 싫어했던 고인의 성품을 따른 것이다. 16일 2주기 추모미사도 마찬가지였다. 추모 열기는 선종 2년이 지난 지금도 식을 줄 몰랐다.

장기기증 신청자 줄이어

 ○…신자들은 추모미사 시각인 오후 6시 훨씬 이전부터 명동성당을 찾아 제대 앞에 놓인 김 추기경 사진을 통해 고인을 회고하면서 미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제대 오른편에는 김 추기경 사목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가, 왼편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성전이 일찌감치 가득 차는 바람에 미처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대형 모니터로 미사에 함께했다.

 불편한 몸으로 전동 휠체어에 앉아 미사에 참례한 조수양(마리아 막달레나, 44, 서울 하계동본당)씨는 "대구 복지시설에 있을 때 그곳을 네 번이나 방문하신 추기경님을 가까이서 뵈면서 존경하고 좋아하게 됐다"며 김 추기경의 안식을 기원했다.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헨리코, 67, 서울 반포본당)씨는 김 추기경이 선물한 묵주반지를 보이면서 "김 추기경님이 가끔 불러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셔서 한 번은 `그 얼굴에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오겠냐고, 추기경님 되시길 잘하셨다`는 유머로 큰 웃음을 드린 적이 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 1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김 추기경 2주기 추모미사를 마친 한 신자가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기기증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성당 마당에 마련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옹기장학회 홍보 부스는 미사가 끝난 후 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신청한 김현주(모니카, 39, 서울 신도림동본당)씨는 "10년 동안 냉담하다가 최근 다시 성당에 나오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상의해서 함께 신청하게 됐다"면서 "김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일에 동참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진만(마리아, 72, 서울 마장동본당)씨는 "친척 동생이 어렸을 때 시력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왔다"며 "내 눈으로 세상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바랄 게 없다"고 기쁜 마음으로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


 
▲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2주기 추모미사에서 한 신자가 미사 자료집에 인쇄된 김 추기경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소통과 바보의 삶 따를 터

 ○…이날 오후 2시 김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 주례로 봉헌된 2주기 추모미사에는 서울ㆍ대전ㆍ수원ㆍ의정부교구 등 전국 각지 신자들이 참례했다.

 신자들은 미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묵주기도를 바치며 미사를 기다렸으며, 일부 신자들은 준비해온 꽃다발을 김 추기경 묘소 위에 바치고 고인을 추모하는 기도를 드렸다.

 염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이 남긴 것 가운데 특별히 소통과 `바보의 삶`을 강조했다. 염 주교는 "믿음과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대화야말로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들어준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도 대화를 즐겨했던 김 추기경의 삶을 모범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염 주교는 또 "김 추기경님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낮춰 스스로 바보라 했고, 모든 이에게 밥이 되기를 바라셨다"며 "바보의 삶은 바로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하는 삶"이라고 역설했다.

 엄숙한 분위기는 미사 내내 이어졌다. 영성체 후 묵상시간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신자도 눈에 띄었다. 신자들은 미사가 끝나자 김 추기경 묘소 앞으로 나와 십자성호를 긋거나 절을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추모미사 2시간 전에 도착해 맨 앞줄에서 참례한 박명숙(체칠리아, 70, 서울 천호동본당)씨는 "김 추기경님이 서울대교구장 시절 성당에 오셨을 때 신자들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선종 2년이 지났지만 김 추기경님은 늘 그리운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가톨릭평화신문  20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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