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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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39) 이롤의 사제서품식

새 사제를 축하하는 흥겨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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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롤(Yirol), 아강그리알에서 동쪽으로 170km 정도 떨어진 마을입니다. 지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곳에서 사제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본당에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해야 하는데 서품식에 모두 참석하라는 공문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본당 신자들은? 본당 미사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강그리알은 권 신부님이, 쉐벳은 표 신부가 미사를 하기로 하고, 저와 이상협 신부가 두 본당을 대표해서 서품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지루한 여정이었습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저희 일행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 도로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도로’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길 위를 달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달린 끝에 이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롤은 저희가 사는 곳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쉐벳 지역의 강이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건기의 끝, 우기가 시작되려고 하는 이 시기에 이롤의 강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마을 주변에 사방으로 호수가 있어서 물이 항상 풍부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이 풍부해서인지 마을로 들어서니 쉐벳과는 비교되지 않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심지어 물가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성당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병원 등도 있었습니다. 참 부러운 부분입니다. 쉐벳에는 제대로 된 학교 하나 없어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전부 외지로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쉐벳 병원에는 제대로 공부한 의사가 없어 간단한 치료 외에는 외지로 나가야 합니다.

처음 이롤이란 마을에 와서 이래저래 감탄을 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다음날 있을 서품식을 위해 잠을 청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놀랄 일이 있었는데, 방에 모기가
※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수단에 온 이래 처음으로 모기장 없이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모두들 서품식 준비에 바삐 움직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존 말로우(John Malou) 부제는 상기된 얼굴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무척 긴장이 되나 봅니다. 룸벡교구에서 가장 크고 멋진 이롤성당은 이미 신자들로 가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롤본당 출신의 새 사제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었고, 미사 중에는 서품식도 있었지만 성유축성예절도 있었습니다. 룸벡교구에 아직 주교님이 계시지 않아 타교구에서 주교님이 방문하신 이날 성유축성도 함께한 것입니다. 미사는 길었지만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새 사제를 축하하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흥겨운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존 마티앙 신부, 마르코 통 신부, 그리고 존 말로우 신부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세 명의 딩카 신부가 탄생했습니다. 아직은 교구에 현지 신부보다 외국에서 온 신부가 더 많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현지 신부가 교구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룸벡교구는 새 사제의 출신 본당에서 서품식을 하는 전통이 있나봅니다. 언젠가는 쉐벳과 아강그리알에서도 서품식 미사가 봉헌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지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롤에서 거행된 사제서품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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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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