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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40) 마을에 우물 파주기 계획

“우물 파는 것을 보아야 모금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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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우기가 끝날 무렵 교리교사 모임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몇몇 공소 마을에는 우물이 하나도 없어서 2월부터 비가 오기 전까지 강가로 이주해 살아야하고, 마을이 비어 공소를 운영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것이 이들의 삶의 방식이고, 이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계속 공소를 방문하면서 이들이 건기에 강가로 이주해 사는 것이 절대로 이들이 원하는 삶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소 방문을 같이 다니는 로산나 수녀님과 이 공소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고민하던 중, 다른 어떤 지원보다도 우물을 파주는 것이 우선이겠다는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우물 하나를 뚫고 핸드펌프를 설치하는데 8000달러가 필요한데 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수녀님은 본원에 요청을 해 우물 프로젝트로 자금을 마련해보기로 하셨고, 저는 이곳 사람들을 위해 쓰려고 그동안 모아둔 달러를 털어 넣기로 했습니다. 교구에 요청을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갑작스레 준비된 일이었기에 이번에는 결과만 알려드리고 다음번에 우물을 파게 되면 그때 요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물 파주기 계획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공지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성당에서 모든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가정이 150파운드씩 모금을 하면 성당에서 80, 마을에서 20를 부담할 수 있고, 그러면 마을 사람들도 자신들이 힘을 보탠 우물이라 더욱 소중히 관리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정하게 되었습니다. 150파운드면 한국 돈으로 5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고, 닭 서너 마리 또는 작은 염소 한 마리 가격이기에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4군데 공소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계획을 알리니 다들 손뼉을 치며 환호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모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습니다. 누구는 염소를 팔겠다고하고 누구는 수수를 팔겠다고 했습니다. 또 누구는 소를 팔아 우물 파는데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모금이 되지 않았습니다. 단 1파운드도 말이죠.

공소에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왜 아무도 모금을 하지 않나요?”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물을 파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돈을 낼 수 있습니다.”

순간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라는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다른 NGO에서 찾아와 우물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겠지요. 그러니 의심하는 게 당연할 테고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로.


 
▲ 우물이 없는 몇몇 공소 마을에 우물 파주기 계획을 세워 우물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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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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