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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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42) 마을에 우물 파주기 계획(3)

물을 갖게 된다는 희망이 드디어 이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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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케냐의 어떤 마을에 우물을 파주는 아주 감동적인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물을 파는 기계가 마른 땅을 뚫고 들어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진지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고, 출연자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치면 모두가 환호하고 춤을 추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우물을 팔 때 땅속의 물이 발견되면 어떤 압력에 의해 물이 위로 솟구쳐 오르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소 마을에 우물을 파주며 알게 됐습니다. 제가 속았다는 것을 말이죠.

이탈리아에서 기술자가 온 뒤로 우물파기 공사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습니다. 세 마을에 우물을 파는 동안 다행히 큰 비는 내리지 않았고, 기계를 실은 트럭이 공사를 마칠 때까지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 마을은 안타깝게도 공사가 취소됐습니다. 네 마을 중 우물을 파준다는 얘기에 가장 경계를 하고 의심을 했던 한 마을은 마을 사람들의 비협조로 트럭이 마을 안까지 들어갔다가 돌아나와야 했습니다. 트럭이 마을로 들어가던 날 마을의 대표도 나오지 않았고, 길 역시 정비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예전에 우물을 설치하기로 논의했던 자리를 마을 사람들 임의대로 변경했습니다. 결국 트럭은 그 마을에서 나와야했고, 그 마을은 우물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우물을 파는 데는 한 마을당 한 주 정도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먼저 트럭과 포클레인이 마을로 들어가서 터를 닦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면 다른 트럭들이 우물을 뚫기 위한 파이프와 공사 중에 필요한 물을 실어옵니다. 그리고 기계를 이용해 길이 2m 정도의 파이프를 하나씩 연결하며 파이프 끝에 드릴을 장착해 지름 20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내려갑니다. 목표는 70m, 하지만 물이 발견되는 깊이와 물의 양에 따라 조절을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지루하고 힘든 일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쇠파이프를 일일이 연결해서 구멍을 뚫고, 다 뚫은 다음에는 파이프를 하나씩 분리해가며 뽑아내고, 그 다음에는 구멍의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플라스틱 파이프를 하나씩 연결하며 집어넣고, 넣다보면 파이프가 구멍의 벽을 긁어 흙이 떨어지면서 구멍을 막게 되는데, 그러면 다시 일일이 꺼낸 다음 쇠파이프를 다시 하나하나 연결해서 막힌 구멍을 뚫고, 다시 꺼내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넣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물을 갖게 된다는 희망으로 끝까지 곁에 남아 지켜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TV프로그램에 속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물이 분수처럼 솟구칠 때 물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물은 이미 초반에 쇠파이프를 연결해 구멍을 뚫을 때 발견된 상태고, 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은 플라스틱 파이프까지 다 넣은 상태에서 그 안의 흙을 밖으로 뽑아내기 위해 엄청난 압력의 컴프레서로 공기를 쏴 물과 흙을 내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땅을 파는 일은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고, 비록 한 마을은 이번에 기회를 놓치게 됐지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음에는 우물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 이탈리아에서 기술자가 온 뒤 우물파기 공사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고, 공소 마을 세 곳에는 우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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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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