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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51) A.L.P 학교

무더위도 물리치는 성인들의 학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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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벳 성당 컴파운드 안에는 학교가 있습니다. 멋진 학교 건물 대신 나무 그늘이 학교의 교실입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작은 칠판이 나무 기둥에 기대어져 있습니다.

이 학교는 콤보니 수녀회의 이벳 수녀님이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름은 All Saints A.L.P (Accelerated Learning Program). 교육받지 못한 성인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성인들을 위한 학교여서 어덜트 스쿨(Adult School)이라고도 부르고 오후에 운영되기에 이브닝 스쿨(Evening School)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전 11시쯤 되면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합니다. 일찍 나온 학생들은 빗자루를 들고 자신들이 공부할 나무 그늘 주변을 빗자루로 깨끗이 청소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컨테이너에 보관된 플라스틱 의자와 칠판을 꺼내 나무 그늘 교실을 완성합니다.

이들은 12시부터 4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에 공부합니다. 나무 그늘이 있어서 더위를 견뎌낼 수 있나 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들의 공부를 위한 열정이 더위를 잊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가끔 재미난 광경을 보게 됩니다. 오후 2~3시경 아직 분명히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모두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 장면을 처음 목격했을 때에는 마침 수녀님이 다른 일 때문에 학교에 오지 못하신 날이었는데, 수녀님이 안 계시다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땡땡이를 치고 집으로 가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오해였습니다. 학생들이 떠나고 나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학생들이 수업을 중단하고 집에 가는 걸 보면 저도 빨래를 걷고 곧 쏟아질 비를 대비하곤 합니다.

이 학교는 교육받지 못한 성인들을 위한 학교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성당 주변에 큰 초등학교가 두 개나 있음에도 가끔 어린 학생들이 제게 찾아와 묻습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처음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알고 보니 다른 초등학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업이 없는 날도 많고 교사들도 이유 없이 빠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A.L.P 학교는 수녀님께서 잘 관리하셔서 교사들도 성실하고 수업도 빠지지 않고 운영되어 마을에서 가장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 즉 이름 있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이 학교의 첫 졸업생이 나오는 해입니다. 여건은 좋지 않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멋지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또 이 학교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글을 배우고 지식을 쌓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학생들이 나무 그늘 아래에 플라스틱 의자와 칠판으로 교실을 만든 후,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을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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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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