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목동, 마리아로 분장한 청년들이 성당 마당에 모여 있습니다. 천사로 분장한 청년은 흰 옷에 커다란 날개를 달았고, 악마는 머리에 뿔을 달았습니다. 마리아는 성당에 모셔두었던 아기 예수님을 안고 서 있습니다. 청년들은 성탄을 맞이해 준비한 짧은 연극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성당에서는 가끔 큰 행사가 있을 때 연극을 준비해 공연한 적이 있지만 성당 밖으로 나가서 공연을 한 적은 없어서 과연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거리에서 공연을 하려면 미리 어느 기관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내전 때문에 나라 분위기도 엉망인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런 걸 한다고 문제 삼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얼마 전 청년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그러니까 내전이 시작된 바로 그 다음 날 저희가 돌아오는 길에 마을 분위기도 모르고 신나게 노래 부르고 고함을 지르고 했다가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은 기우였습니다. 북을 치며 마을 중심인 시장으로 가는 길에 꼬마 아이들이 따라오기 시작하고,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순식간에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쌌고, 둘러선 사람들 가운데 자연스레 생긴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목동들이 자고 있는데 천사가 그들 앞에 나타나서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이가 탄생하였다. 어서 가 경배 하여라!” 목동들은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들 앞에 악마가 나타나 목동들을 돈으로 유혹합니다. 돈의 유혹에 빠져 가던 길을 멈춘 목동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말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이가 탄생하였다. 어서 가 경배 하여라!” 다시금 길을 떠난 목동들 앞에 악마가 나타나더니 이번에는 술로 그들을 유혹합니다. 술의 유혹에 빠져 멈춰선 그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고, 목동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렇게 길을 걷던 목동들 앞에 악마가 나타나 춤과 노래로 그들을 유혹하고 목동들은 또 다시 유혹에 빠져 멈춰 서버립니다. 그런 그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 그들이 할 일을 일깨워 주자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리아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목동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가는 길에 세 번의 유혹이 있었다는 내용의 연극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연극을 마친 뒤 연극을 관람한 사람들과 함께 성가를 몇 곡 신나게 부르고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청년들은 오늘 공연에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내일은 교도소에 가서 공연을 하고 모레는 경찰서에 가서 공연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거 허락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래 가서 예수님의 탄생을 알려라! 교도소에도 알리고, 경찰서에도 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