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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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선물] (4) 아이들을 축복하시는 교황님

기쁨과 행복 주는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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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이 8월 17일 해미읍성에서 카퍼레이드 중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교황님이 카퍼레이드를 할 때 반드시 멈추는 때가 있다. 아이들을 축복해줄 때다. 첫날 대전 월드컵 경기장 퍼레이드에서 경호원은 조금 떨어진 아기들을 번쩍 안아서 교황님께 데려왔다. 그러면 교황님은 아기들에게 축복의 입맞춤을 하셨다. 경호원들은 교황 축복을 받은 아이를 다시 번쩍 안아서 어머니께 데려다 줬다. 건장한 경호원들도 몇 번 아이들을 안아 올리다 보면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게 마련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축복할 때면 퍼레이드 멈추기를 반복했다. 아이를 발견하면 교황님이 직접 앞의 운전기사에게 사인을 보내 멈추도록 하는 장면도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다. 때로는 아기들은 낯선 ‘파란 눈의 할아버지’가 무서웠는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면 교황님도 난감한 듯 웃고 말았다. 아기들을 축복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도 흐뭇하게 하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당연히 축복을 받은 아기 어머니는 감동에 젖어 어쩔 줄 몰라 한다.

꽃동네에서 교황님 모습 중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었다. 교황님은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시는데, 장애가 있던 한 아이는 교황님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자기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그러자 교황님은 손가락을 빠는 아이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줬다. 아기는 그대로 교황님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교황님은 아기를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잠시 그대로 계셨다. 교황님은 손가락을 뺀 뒤에도 침 묻은 손가락을 닦지도 않은 채 한동안 아기를 바라봤다.



교황께 아이 데려다 주는 것이 경호원의 주 업무

교황 방한 준비가 한창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7월 말 언론에서는 경호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왔다. ‘방호벽’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그때쯤 교황청 방한준비담당관에게 연락이 왔다. 가능하면 어머니들이 아기들을 많이 데리고 행사장에 나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행여 경호가 너무 삼엄하면 아기들이 없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퍼레이드 중 바티칸 경호원의 주 업무는 아이들을 교황님께 데려오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도 말했다. 그만큼 교황님은 아이들을 축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그대로 대전과 청주교구의 홍보담당 신부님들에게 전했다. 가능하면 행사 때 아기들이 어머니와 동행하기를 부탁했다.

어떤 이는 교황님이 4박 5일의 방한 중 아이들을 축복해주기 위해 카퍼레이드 중에 몇 번이나 차를 세우고, 또 몇 명의 아이들에게 축복하는지를 세어보려 했단다. 30명쯤 센 뒤 더 이상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그만두었단다. 교황님은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대로 수없이 차를 세웠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자 금세 환한 미소를

교황 방문의 마지막 날, 명동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있었다. 미사가 끝나기 전, 아이를 안고 있던 한 어머니가 내게 교황님을 꼭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 시작 때 교황님께 아이의 축복을 받으려고 했는데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말이 너무 간절했기에 그 아이를 데리고 제의실로 가서 무작정 교황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미사가 끝나고 복사단이 들어온 뒤 곧이어 교황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교황님 얼굴은 너무 지친 모습이었다. 나는 무작정 데려온 그 꼬마를 교황님께 걸어가게 했다. 그러자 교황님은 걸음을 멈추고 거짓말처럼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띠셨다. 조금 전 그 피로가 걷힌 무척 환한 미소였다. 그 미소를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를 안아주시고 축복의 입맞춤을 하셨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일순간 주변 사람들 마음이 모두 따뜻해졌다. 이 아이가 나중에 성장해 교황님이 자신을 축복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사진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그 생각을 하니 더 흐뭇해졌다.

성경에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려가면 예수님께서 손을 얹어 축복해주시는 장면이 나온다. 순수한 ‘어린아이’는 모든 겉모습을 벗어버리고 하느님께 다가가는 인간의 본모습이 아닐까. 4박 5일 동안 교황님과 아이들이 보여줬던 꾸밈없는 모습은 주변에까지 기쁨과 행복을 불러일으켰다. 신앙의 참 열매는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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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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