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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124위 열전] <40> 서석봉·구성열 부부... 사위 최봉한

장인·사위는 옥중 순교, 장모는 대구 형장서 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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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을해박해의 주무대가 경상 북부와 강원 남부 일대라면, 이 가운데 가장 큰 박해가 난 곳은 경북 청송이었다. 바로 청송 노래산 교우촌으로, 지금의 경북 청송군 안덕면 새노래길(노래2동) 일대다.

파리외방전교회 달레 신부가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이 교우촌을 ‘모래산’(Moraisan)이라고 기록하면서 경북 청송군 현서면 고모길(백자동) 모래실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한국천주교회사」의 원전인 다블뤼 주교의 「비망기」에 기록된 대로 ‘노래산’으로 보는 게 옳다.

아무튼 당시 박해로 노래산 교우촌에서만 40명이 체포돼 끌려갔는데, 이 중 26명이 경주 진영에서 옥사하거나 배교했으며, 14명만이 경주에서 대구 감영으로 끌려갔다가 배교자 2명을 제외한 12명이 옥사하거나 참수형을 당했다. 이들 중 서석봉(안드레아, ?∼1815)ㆍ구성열(바르바라, ?∼1816) 부부와 사위 최봉한(프란치스코, ?∼1815)은 ‘주동자급’ 사학죄인이었다.

청송 일대에서 가장 웅장한 산세를 보여주는 해발 743m 기슭 노래산 교우촌에 이들이 언제 정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노래산 교우촌에서 체포된 순교자들의 행적을 미뤄 볼 때 1801년 신유박해로 피신한 내포교회 신자들이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정착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들이 정착해 교우촌을 이룬 뒤 경상도에서 새로 입교한 신자들이 상당수 이주해옴으로써 전형적인 박해 시대 교우촌으로 변모했고, 교우들 간에 서로 합심해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흉년이 들어도 굶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질시한 전지수의 밀고로 을해박해가 시작됐고, 노래산 교우촌 신자들이 맨 먼저 체포돼 끌려갔다.

 
 

▲ 복자 서석봉

▲ 복자 최봉한
 
서석봉 복자는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또 언제 세례를 받았는지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신상은 충청도 홍주 한내장벌(현 충남 예산 고덕면 예덕로 일대) 출신 과부 구성열 복녀와 혼인한 뒤 청송 노래산 교우촌으로 이주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신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손골 박씨의 외조부’라는 얘기만 전해져온다. 충청도 홍주 다락골 출신의 사위 최봉한 부부와 함께 노래산 교우촌으로 들어간 서석봉ㆍ구성열 부부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는데, 특히 구성열 복녀는 성품이 온화하고 참을성이 큰 데다 덕행이 남달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 복자 구성열
 
그러던 중 서석봉ㆍ구성열 복자와 최봉한 복자는 예수 부활 대축일에 밀고자를 앞세우고 습격한 포졸들에게 체포돼 경주로 압송된다. 경주 진영에서는 서석봉 복자에게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가하며 배교를 강요했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성열은 점차 마음이 약해졌고 옥으로 돌아왔을 땐 배교하려는 기미까지 보였다. 이에 그의 사위인 최봉한이 구성열을 위로하며 “천주님을 위해 함께 목숨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설명하며 순교를 권면하자 다시 신앙을 다잡고 형벌을 꿋꿋이 이겨냈다.

또한 체포 당시 “문초를 당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자기에게 뒤집어씌워라”고 했던 최봉한 복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혹독한 문초를 받아야 했다. 대구로 이송된 뒤 ‘천주교의 우두머리’로 지목돼 한층 가혹한 형벌을 받으면서도 그는 늘 겸손하고 꿋꿋한 자세를 잃지 않았으며, 열심과 용기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계속되는 형벌을 이기지 못하고 최봉한 복자는 1815년 5월께, 서석봉 복자는 그해 11월 18일 옥중 순교했다. 서석봉의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최봉한은 30세쯤이었다고 한다. 구성열 복녀는 두 순교자를 옥중에서 잃은 뒤 1년간을 더 갇혀있다가 1816년 12월 19일 다른 동료들과 함께 대구 형장에서 참수됐다.

「일성록」 순조 을해년 10월 18일 항목에 따르면, “서석봉ㆍ구성열은 함께 천주교 신앙에 깊이 빠져 뉘우칠 줄을 모른다”고 했다. 박해도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에 깊이 빠져 있는가, 자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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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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